[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고백성사 김 종 철(1947~ )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했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지 않..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어초장주 송영감 - 중에서 이 청 준(1939~ ) 왜 저리 불러, 밤새도록 불러씨 노간주 중허리 휘감아 돌며 강으로 불러, 언덕으로 불러 노송 쌍가지 밑둥까지 끌어안고 한 세월 삭아가는 처마 끝 두들기며 온밤 통곡으로 저리도 불러싸 오늘은 다른 바람 벗들 찾아와 문닫고 자자는디 저 고오얀 역마넋살! -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두 그루 은행나무 홍 윤 숙(1925~ ) 두 그루 은행나무가 그 집 앞에 서 있습니다 때가 오니 한 그루는 순순히 물들어 황홀하게 지는 날 기다리는데 또 한 그루 물들 기색도 없이 퍼렇게 서슬진 미련 고집하고 있습니다 점잖게 물들어 순하게 지는 나무는 마음 조신함이 그윽하게 보이고 퍼렇게 질려 아니..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골목길 황인숙(1958~ ) 울퉁불퉁 동네 집 사이로 난 좁은 계단 길에 부러진 목발 기대앉아 있네요 외로운 얼굴로 기대앉아 있네요 작은 목발이에요 손잡이에 감긴 하얀 헝겊에 뽀얗게 손때가 묻어 있어요 참 작은 목발이에요 부러졌네요 지나가는 사람 드문 울퉁불퉁 좁은 계단 길 햇빛 한 줌, 잡풀 한 줌..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날 옥타비오 파스(1914~ ) 시간의 물결 속에 떨어진 이 놀라운, 어느 하늘에서 떨어진 외로운 나그네인가, 이 고요한 사람아, 너는 길이를 가지고 있다. 시간이 무르익는다. 어느 큼지막한 순간에 투명해진다. 공중에 뜬 한 개 화살, 표적을 잃은 이윽고 화살의 기억을 잃은 한 개 공간, 시간과 공허로 이루..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동백꽃 피는 해우소- 중에서 김 태 정(1963~ ) - 전 략 - 나의 방에도 창문이 있다면 세상을 두 발로 버티듯 버티고 앉아 그리울 것도 슬플 것도 없는 얼굴로 버티고 앉아 저 알 수 없는 바닥의 깊이를 헤아려 보기도 하면서 똥 누는 일, 그 삶의 즐거운 안간힘 다음에 바라보는 해우소 나무쪽창 같은 꼭 고..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기도시집 - 순례의 서- 중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나의 주여, 당신은 그 성자들을 아시나이까? 밀폐된수도원의 골방마져도 웃음소리, 고함소리와 너무 가깝다고 여겨 땅속 깊이 파고들어가 몸을 숨긴 이들을? 저마다 하나씩 불빛을 들고 동굴의 적은 공기를 호흡하였으며, 나이와 얼굴도 잊고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아득히 먼 길을 새라 부르다가 - 중에서 허 만 하(1932~ ) 아득한 지평선을 향하여 힘껏 팔매질한 돌이 떨어지기 직전 갑자기 몸을 뒤집어 날개를 펼치고 타오르는 홍시빛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몸짓을 새라 부르다가 조용히 퍼지는 종소리에 떠밀려 잠이 덜 깬 아침 하늘 환한 언저리에 제자리 걸음으로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팝 콘 - 중에서 유 종 인(1968~ )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꽃, 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 단단한 씨앗들 뜨거움을 벗어버리려고 속을 밖으로 뒤집어쓰고 있다 - 중 략 - 뜨거움을 감출 수 없는 곳에서 나는 속을 뒤집었다, 밖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꽃은 견딜 수 없는 구토다 나는 꽃..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장날 장터에서 유 안 진(1941~ ) 볼장 다본 사람들이 왠지 볼장 덜본 것만 같아 기웃거린 병원 대기실 아직도 내게 팔아야 할 것과 사야할 게 있는가 왜 그만 발을 돌리지 못하느냐고 자책하다가 실려가는 중환자와 마주쳤다 아직도 모르느냐 장터 아닌 세상이 어디 있으며 장날 아닌 어느 날이 어디 있느..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