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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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23
어초장주 송영감 - 중에서


이 청 준(1939~ )


왜 저리 불러, 밤새도록 불러씨

노간주 중허리 휘감아 돌며

강으로 불러, 언덕으로 불러

노송 쌍가지 밑둥까지 끌어안고

한 세월 삭아가는 처마 끝 두들기며

온밤 통곡으로 저리도 불러싸

오늘은 다른 바람 벗들 찾아와

문닫고 자자는디

저 고오얀 역마넋살!


- 중 략 -


그러다 저러다 잠이 드는가 싶으면

끙, 옆구리를 뒤척이고 소리를 뒤척이며

또 한번

끙!

감감 날을 밝히는 어초장주 송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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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전라도에서 명창이 많은 이유가 뭘까?
서리서리 내려지는 恨이라고?
그 恨의 뿌리는 또 무엇일까?
피를 토하듯이 소리를 뽑아내기 위하여
잠 들어있을 시간에도
바람을 불러모으고, 언덕을 불러들여
불러대는 소리와 소리들..
소리를 내뱉음으로 켜켜히 맺힌 한들이
실타래에서 실이 풀리듯이 풀려질까.
꺽꺽 목이 쉰 소리로
가슴속 살풀이를 뱉어내는 소리꾼들,
지금도 어디선가 피를 토하며
가을바람을 부르고, 가을언덕을 부르고,
미친듯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불러들이며 밤이 깊은줄도 모른체
푸~연 새날이 곁에 온줄도 모른체
옆에선 사람들이 잠들지 못하는 뒤채임도 모른체
속에 든 소리를 풀어냄으로 한을 푸는
이들이 가을속에 있으리라.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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