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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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23
두 그루 은행나무


홍 윤 숙(1925~ )


두 그루 은행나무가

그 집 앞에 서 있습니다

때가 오니 한 그루는

순순히 물들어 황홀하게

지는 날 기다리는데

또 한 그루 물들 기색도 없이

퍼렇게 서슬진 미련 고집하고 있습니다


점잖게 물들어 순하게 지는 나무는

마음 조신함이 그윽하게 보이고

퍼렇게 질려 아니다 아니다 떼를 쓰는 나무는

그 미련하게 옹이진 마음 알 수는 있지만

왠지 일찍 물든 나무는 일찍

물리를 깨달은 현자처럼 그윽해 보이는데

혼자 물들지 못하고 찬바람에 떨고 섰는 나무는

철이 덜 든 아이처럼 딱해 보입니다

아마도 그 집 주인을 닮았나 봅니다


- 후 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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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들,
성질 급한 어느 나무는 이미 노래져
툭툭 떨어져 바닥에서 구르는데,
게으른 나무는 이제서야 서서히 물들기 시작한다.
어느 나무가 정상이며 어느 색이 가장 적절한 잎인지
고개들어 가늠해 보는 날들이다.
빙 둘러싼 은행나무에서 잎이 떨쿠어지면
융단같은 노란 잎들이 수북하게 쌓이고
난 수북하게 쌓인 이파리위에 육신을 눕히고
까무룩히 잠이 들고 싶어진다.
노란 은행잎들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요람삼아
다시는 깨지 않아도 좋을듯한 단잠을 자고싶다.
긴 단잠에서 내가 깨어날 때
아침햇살이 조용하게 퍼지면 좋겠고
새들이 버릇없이 재잘거려도 좋고
풀잎에 얹힌 이슬이 잠든 내 머리카락을 적시고
겁 없는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어도 좋으리라.
그보다..
계절이 훌쩍 뛰어넘어 어느새
파릇한 봄이 내 곁에 와 있었으면 좋겠다.
꿈인듯이 그렇게.
은행잎이 떨어지는 모습에 어쩐지 겨울이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아 으시시하다.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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