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채와 북 사이 동백진다 문 인 수(1945~ ) 지리산 앉고 섬진강은 참 긴 소리다 저녁 노을 시뻘건 것 물에 씻고 나서 저 달, 소리북 하나 또 중천 높이 걸린다 산이 무겁게, 발원의 사내가 다시 어둑어둑 고쳐 눌러 앉는다 이 미친 향기의 북채는 어디 숨어 춤추나 매화 폭발 자욱한 그 아래를 봐라 뚝, 뚝, 뚝,..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쟁반탑 복 효 근(1962~ )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골목을 배달 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 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함 같은 스텐 그릇엔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져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진 혼 제 최 영 욱(1957~ ) 화개와 구례 사이 19번 국도 배롱나무는 꽃잎이 질 때 꼭 섬진강 강물로만 떨어진다는 데요 아마 백운산과 지리산에서 흘러들었던 그 많던 핏물들이 설움을 모종삼아 피는 것이겠지요 봄부터 여름 한철 줄창 같은 뻐꾸기 울음도 그 꽃잎에는 말갛게 씻겨 흐릅니다.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蓮과 바람 - 중에서 정 완 영 (1919~ ) 옛날 우리 마을에서는 동구밖에 연(蓮)밭 두고 너울너울 푸른 蓮잎을 바람에 실어 두고 마치 그 눈 푸른 자손들 노니는 듯 지켜 봤었다 - 2 연 생략 - 더러는 채반만하고 더러는 맷방석만한 直指寺(직지사) 인경 소리가 바람 타고 날아와서 蓮밭에 蓮잎이 되어 있는 것..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귓 밥 오 세 영(1942~ ) 내가 잠든 사이 / 아내는 몰래 나의 귓밥을 판다. 어둡고 좁은 坑(갱)의 막장에서 한 알의 보석을 캐듯 비밀을 캐는 그녀의 / 거칠어진 손. 무엇이 궁금했을까. 나의 조루(早漏)는 불면 탓인데 나의 폭음에는 원인이 없는데. 아내여 더 이상 귓밥을 파지 말아다오 내 보석은 이미 네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무릎 꿇은 나무 정 군 칠(1952~ ) 모슬포 바닷가, 검은 모래밭. 서쪽으로 몸 기운 소나무들이 있다 매서운 바람과 센 물살에도 속수무책인 나무들 오금 저린 앉은뱅이의 生을 견딘다 저 로키산맥의 수목한계선 생존을 위해 무릎 꿇은 나무들도 혹한이 스며든 관절의 마디들을 다스린다 곧 튕겨져 나갈 것..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한국의 가을 이 지 엽(1958~ ) 우리나라 가을에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강물 끌고 달은 가응가응 수월래에 떠오르고 단풍 든 마음 하나 둘 마당귀로 모입니다 아가, 힘들지야 여윈 등을 토닥이는 밤 무릎 꺾인 사람들이 물 소리에 귀 밝힙니다 붉은 감 한 톨에도 천년 푸른 바람이 지납니다.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석 양 허 형 만(1945~ ) 바닷가 횟집 유리창 너머 하루의 노동을 마친 태양이 키 작은 소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잠시 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한 사람이 '솔광이다!'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좌중은 박장대소가 터졌다 더는 늙지 말자고 '이대로!'를 외치며 부딪치는 술잔 몇 순배 돈 후 다시 쳐다본 그 자리..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가을편지. 1 최 승 권(1961~ ) 형님, 가을입니다 강 끝 노을이 흐르고 우리들 오랜 그리움이 눕는 회 진 은모래 가에 서서 형님이 강물에 구겨 박은 푸른 풀 무치 소리를 엿듣습니다 . 추억보다 낮은 등 뒤에서 나무들이 노을에 비껴 넘어지고 사람과 들판이 오랫동안 타서 교정 은행잎으로 흐르고 흘러서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벌 새 - 중에서 김 선 태(1961~ )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날개를 지우고 공중에 부동자세로 선다 윙윙, 날개는 소리 속에 있다 벌새가 대롱 꽃의 중심(中心)에 기다란 부리를 꽂고 무아지경 꿀을 빠는 동안 꼴깍, 세계는 그만 침 넘어간다 햐아, 꽃과 새가 서로의 몸과 마음을 황홀하게 드나드..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