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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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30
무릎 꿇은 나무

정 군 칠(1952~ )


모슬포 바닷가, 검은 모래밭.

서쪽으로 몸 기운 소나무들이 있다

매서운 바람과 센 물살에도 속수무책인 나무들

오금 저린 앉은뱅이의 生을 견딘다

저 로키산맥의 수목한계선

생존을 위해 무릎 꿇은 나무들도

혹한이 스며든 관절의 마디들을 다스린다

곧 튕겨져 나갈 것처럼 한쪽으로 당겨진 나이테의 시간들이

공명이 가장 깊은 바이올린으로 다시 태어난다

곧게 자라지 못하는 나무들의 뼈

그 흰 뼈의 깊은 품이

세상의 죄스러운 것들을 더욱 죄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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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대던 여름바닷가,
발목을 적시고 마음에 거품을 일으키던 바닷가,
행여 파도가 나를 집어 삼킬까봐 움츠렸던 바닷가,
여름바다의 소란스러움이 스산한 가을맞이를 위해
청소중일까 지금쯤?
서걱이는 모래가 낱낱히 흩어지는 모슬포 바닷가에
오징어를 지키고 고등어를 지키고 갈치를 지키며
고래싸움을 구경하며, 등 터지는 새우를 애타하는
몸 기운 소나무는 여전한 모습으로 가을을 들일텐데.
몸 기운 소나무의 피곤함만치
고단한 일상을 이유로,
아직 여름인채로, 늦여름인채로 남고픈 나는
몸 기운 소나무에 육중한 몸을 기대고 싶으니..
가을바다가 보고싶다.
나도 나무를 흉내낸채 몸 기울임으로
서걱거리는 가을바다를 만나고 싶다.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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