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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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29
한국의 가을

이 지 엽(1958~ )


우리나라 가을에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강물 끌고 달은 가응가응 수월래에 떠오르고

단풍 든 마음 하나 둘 마당귀로 모입니다

아가, 힘들지야 여윈 등을 토닥이는 밤

무릎 꺾인 사람들이 물 소리에 귀 밝힙니다

붉은 감 한 톨에도 천년 푸른 바람이 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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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음지를 가기위해, 영천대를 가기위해 커다란 강을 건너던 곳,
비가 내린 날이면 황톳물이 콸콸 흘러내리던 강,
가끔 메기가 튀어오고 미꾸라지가 길위에서 헤엄치던 곳,
눈에 익숙한 바위틈에 시원타를 연발하며
조심스레 물을 끼얹어대던 엄마와 동네 아줌마들,
종일 흘린 땀을 씻어낸 속옷이 돌맹이 위에서 짜여지고
풋사과처럼 맑은 얼굴로 총총히 돌아서던 곳,
여름내내 흘렸던 땀과 먼지들을 지나
콩을 거두고 참깨를 거두고,
빨갛게 익은 고추를 말리던 가을날,
지붕에 얹힌 고추마냥 장대끝에 앉은 잠자리마냥
빨간 감들이 오롱오롱하게 매달리던 가을,
까치들을 위하여 높게 매달아 놓았던 붉은 감 한톨위로
천년의 푸른 바람이 지나고
손끝 하나에 알곡을 거두려는 어머니의 가을이
천년이 지나고 또 천년이 지나도
그리움인채로 머무는 것을..
가을이다.
어머니들이 고단한 가을이다.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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