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이 괴로움 벗어 누구에게.. 이 성 복(1952~ ) 산을 올라가다가 이 괴로움 벗어 누구에게 줄까 하다가 포크레인으로 파헤친 산중턱 뒤집혀 말라가는 나무들을 보았다 박명(薄明)의 해가 성긴 구름 뒤에서 떨고 있는 겨울날이었다 잘린 바위 틈서리에서 부리 긴 새들이 지렁이를 찢고 있었다 내 괴로움에는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가 을 윤 희 상(1961~ ) 일하는 사무실의 창밖으로 날마다 모과나무를 본다 날마다 보는 모과나무이지만, 날마다 같은 모과나무가 아니다 모과 열매는 관리인이 따다가 주인집으로 가져가고, 모과나무 밑으로 낙엽이 진다 나의 눈이 떨어지는 낙엽을 밟고 하늘로 올라간다 낙엽이 계단이다.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화려한 유적 이 윤 학(1965~ ) 무당벌레 한 마리 바닥에 뒤집혀 있다 무당벌레는 지금, 견딜 수 없다 등 뒤에 화려한 물 지고 왔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화려한 무늬에 쌓인 짐은 줄곧 날개가 되어 주었다 이제 짐을 부려 놓은 무당벌레의 느리고 조그만 발들 짐 속에 갇혀 발버둥치고 있다.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기 린 - 중에서 박 상 순(1961~ ) 밤의 바닷가에 앉아 양말을 신는다. 기린이 달려오는 것 같다. 벗어놓은 웃옷을 걸친다. 아직도 기린이 달려오는 것 같다. 기린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다란 목이 바다에서 올라와 밤의 모래밭을 달려 내게로 다가오는 것 같다. ----------------------------------------- 휘황..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닭, 극채색 볏 송 재 학(1955~ ) 볏을 육체로 보지 마라 좁아터진 뇌수에 담지 못할 정신이 극채색과 맞물려 톱니바퀴 모양으로 바깥에 맺힌 것 계관이란 떨림에 매단 추(錘)이다 빠져나가고 싶지 않은 감옥이다 극지에서 억지로 끄집어내는 낙타의 혹처럼, 숨표처럼 볏이 더 붉어지면 이윽고 가뭄이다.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몸이 많이 아픈 밤 함 민 복(1962~ ) 하늘에 신세 많이 지고 살았습니다 푸른 바다는 상한 눈동자 쾌히 담가 주었습니다 산이 늘 정신을 기대어 주었습니다 태양은 낙타가 되어 몸을 옮겨주었습니다 흙은 갖은 음식을 차려주었습니다 바람은 귓속 산에 나무를 심어주었습니다 달은 늘 가슴에 어미 피를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 故 김춘수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꽃 김 춘 수(1922~2004.11.29)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반성 608 김 영 승(1959~ ) 어릴 적의 어느 여름날 우연히 잡은 풍뎅이의 껍질엔 못으로 긁힌 듯한 깊은 상처의 아문 자국이 있었다 징그러워서 나는 그 풍뎅이를 놓아주었다 나는 이제 만신창이가 된 인간. 그리하여 주(主)는 나를 놓아 주신다. ---------------------------------------- 12월, 지나는 해에 대해서 계..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마음의 달 천 양 희(1942~ )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忘草)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만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수묵 정원 8 - 대 숲 장 석 남(1965~ ) 해가 떠서는 대숲으로 들어가고 또 파란 달이 떠서는 대숲으로 들어가고 대숲은 그것들을 다 어쨌을까 밤새 수런대며 그것들을 어쨌을까 싯푸른 빛으로만 만들어서 먼데 애달픈 이의 새벽꿈으로도 보내는가 대숲을 걸어나온 길 하나는 둥실둥실 흰 옷고름처럼 마을..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