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살구꽃 살 구 꽃 - 문 신 (1973~ ) 해마다 사월이면 쌀 떨어진 집부터 살구꽃이 피었다 살구꽃은 간지럽게 한 송이씩 피는 것이 아니라 튀밥처럼, 겨우내 살구나무 몸통을 오르내리며 뜨겁게 제 몸을 달군 것들이 동시에 펑, 하고 터져나오는 것이었다 살구꽃은 검은 눈망울을 단 아이들이 맨발로 흙밭을 뒹구는 ..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열(熱) 받고 살다 열(熱) 받고 살다 - 황 동 규(1938~ ) 내 시대의 건축가 김수근은 성당 건물도 감옥처럼 지었고 친구 시인 마종기는 미국서 살며 이 나라 땅바닥에 발을 붙이려 뻔질나게 달려오곤 했다 무료 강연! (미국서 자본 의사집 가운데 가장 작은 집에 살며) 내 시대 사람들은 어디 살건 열받고 살았다 김수근이 지..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오래된 여행가방.. 중에서 오래된 여행가방 - 김수영(1967~ ) 스무살이 될 무렵 나의 꿈은 주머니가 많이 달린 여행가방과 펠리컨 만년필을 갖는 것이었다. 만년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낯선 곳에서 한 번씩 꺼내 엽서를 쓰는 것. 만년필은 잃어버렸고 그것들을 사준 멋쟁이 이모부는 회갑을 넘기자 한 달만에 돌아가셨다. 아이..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분 꽃 분 꽃 - 권 대 웅 - 꽃 속에 방을 들이고 살았으면 지붕이랑 창문에는 꽃 등을 걸어놓고 멀리서도 환했으면 꽃이 피면 스무 살 적 엄마랑 아버지랑 사는 저 환한 달 속을 다 보았으면 그 속에서 놀았으면 밤새 놀다가 그만 깜박 졸다 깨어나면 그렇게 까만 눈동자 아이 하나 생겼으면 ---------------------------..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작살나무의 보시 - 안 준 철- 가을 산사에 자작나무라면 몰라도 작살나무라니 작살 모양으로 누구 도륙낼 일 있나 비아냥거리다가 나무 이름 아래 뭐라 적힌 글씨를 읽고는 눈이 번쩍 떠졌다 열매는 둥글며 새에게 좋은 먹이가 됩니다 새가 먹기 좋은 둥근 열매가 되려고 바람결에 제 살을 다듬었을까? ..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그대 생각..중에서 그 대 생 각 - 고정희 - 너인가 하면 지나는 바람이어라 너인가 하면 열사흘 달빛이어라 너인가 하면 흐르는 강물 소리여라 너인가 하면 흩어지는 구름이어라 너인가 하면 적막강산 안개비여라 너인가 하면 끝모를 울음이어라 너인가 하면 내가 내 살 찢는 아픔이어라. -------------------------------------------..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혹... 문정희 ------ 혹----- 문정희 자궁 혹 떼어낸게 엊그제인데 이번엔 유방을 째자고 한다 누구는 이 나이 되면 힘도 권위도 생긴다는데 내겐 웬 혹만 생기는 것일까 혹시 젊은 날 옆집 소년에게 몰래 품은 연정이 자라 혹이 된 것일까 가끔 아내 있는 남자를 훔쳐봤던 일 남편의 등 뒤에서 숨죽여 칼을 갈며 울었던 ..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러시아말을 잘 모르시는 할머니 제 고려말을 모르는 손녀이긴 하나 고려말을 하시는 수밖에 얘, 나자야! 너 저기 건너편을 보느냐? 늙은이가 바로 눈앞에 서 있는데도 못 본 척하고 앉아 있는 저 젊은이들 넌 그런 애는 아니겠지? 그러자 소녀는 펄떡 일어나 멀찍이 가 서서 간다 할머니의 타이름 때문..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에서 장 식 론 (홍윤숙)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은 무 같다든가 뛰는 생선 같다든가 (진부한 한마디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만도 빛나는 장식이 아니겠는가. - 유 안 진 시인의 평론 - 김칫거리 무를 고를 때, 생선전에 들를 때마다 입안에서 굴..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3월과 4월사이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뒷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안도현(1961~ ) -3월과 4월사이- 눈 덮인 2..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