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를 먹는 아이 - 알4 '-부분
정 진 규(1939~ )
목욕을 시켰는지 목에 뽀얗게 분을 바른 아이가 하나,
사람의 알인 아이가 하나 해질 무렵 골목길 문간에
나앉아 터질 듯한 포도알들을 한 알씩 입에 따 넣고 있었다
한 알씩 포도라는 이름이 그의 입 안에서 맛있게 지워져
가고 있었다 이름이 지워져 간다는 것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 중 략 -
아이는 마지막 한 알까지 다 먹었다
포도라는 이름이 완전히 지워졌다 아이가 말랑말랑하게 웃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자라 있었다 이름이 뭐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아이는 이제 자러 갈 시간이었다
-------------------------------------------------------
여름방학이라는 말이 참 무색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세현인 방학하는 다음 날부터 보충수업이니
뭐니 하며 평소처럼 학교엘 다녔다.
여전히 물빛 바지와 물빛의 줄무늬가 휙휙 그어진 남방을 입고
검은 가방을 짐처럼 짊어진채로,
끓는 경춘국도에서 여름을 보내며 30분의 거리를 2시간씩
견뎌가며 방학을 보냈다.
온전한 방학인듯한 일주일간의 시간들,
딴에 사내라고 밤을 지새며 축구를 보며, 유도를 보며
탁구를 보고 배드민턴을 보고 사격을 본다.
6연패를 노리는 양궁시합을 하던 어제,
먹다남은 포도알을 톡톡 깨물며 포도의 이름을 지워가며
날아가는 화살에 이성진, 윤미진, 박성현을 새긴다.
까맣게 익은 포도알이 입안에서 단물을 흘리는 동안,
가라앉은 윤미진이 들어가고,
통통한 이성진이 방긋거리며 웃고, 성큼한 박성현이
두팔을 벌려 세상을 품는다.
어느새 모자가 터트리던 새카만 포도알이
쓰레기로 남고 말았구나.
(진옥이의 한마디!!)
정 진 규(1939~ )
목욕을 시켰는지 목에 뽀얗게 분을 바른 아이가 하나,
사람의 알인 아이가 하나 해질 무렵 골목길 문간에
나앉아 터질 듯한 포도알들을 한 알씩 입에 따 넣고 있었다
한 알씩 포도라는 이름이 그의 입 안에서 맛있게 지워져
가고 있었다 이름이 지워져 간다는 것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 중 략 -
아이는 마지막 한 알까지 다 먹었다
포도라는 이름이 완전히 지워졌다 아이가 말랑말랑하게 웃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자라 있었다 이름이 뭐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아이는 이제 자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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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라는 말이 참 무색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세현인 방학하는 다음 날부터 보충수업이니
뭐니 하며 평소처럼 학교엘 다녔다.
여전히 물빛 바지와 물빛의 줄무늬가 휙휙 그어진 남방을 입고
검은 가방을 짐처럼 짊어진채로,
끓는 경춘국도에서 여름을 보내며 30분의 거리를 2시간씩
견뎌가며 방학을 보냈다.
온전한 방학인듯한 일주일간의 시간들,
딴에 사내라고 밤을 지새며 축구를 보며, 유도를 보며
탁구를 보고 배드민턴을 보고 사격을 본다.
6연패를 노리는 양궁시합을 하던 어제,
먹다남은 포도알을 톡톡 깨물며 포도의 이름을 지워가며
날아가는 화살에 이성진, 윤미진, 박성현을 새긴다.
까맣게 익은 포도알이 입안에서 단물을 흘리는 동안,
가라앉은 윤미진이 들어가고,
통통한 이성진이 방긋거리며 웃고, 성큼한 박성현이
두팔을 벌려 세상을 품는다.
어느새 모자가 터트리던 새카만 포도알이
쓰레기로 남고 말았구나.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글쓴이 : 여디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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