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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캠핑장2

자라섬 캠핑장을 올해 네 번째로 찾았다. 처음엔 선풍기를 들고 왔었는데 이젠 난로에다 화로까지 준비해야 한다. 지난번 왔을 때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캠핑하기엔 딱이다. 단풍이 든 자라섬은 남도 꽃정원축제가 끝나고 고요한 향연이 펼쳐졌다. 서리를 맞아 꺾인 꽃, 씨앗을 받기 위함인지 고개가 톡톡 잘린 해바라기, 씨주머니만 대롱대롱한 코스모스, 서리를 맞고도 의연하게 색과 향기를 피우는 국화, 서리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핑크 뮬리는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서도, 남도, 중도를 한바퀴씩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다. 산책하기에도 좋고 운동하기엔 더욱 좋다. 지난주에 끝난 남도 꽃정원까지 걸어가 커피를 마시며, 잔치가 끝난 집의 고요함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다. 북적대는 축제가 끝난 후의 고요를 느끼려는 ..

나의 할머니에게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 다산책방 윤성희 - 어제 꾼 꿈 백수린 - 흑설탕 캔디 강화길 - 선베드 손보미 - 위대한 유산 최은미 - 11월 손원평 - 아리아드네 정원 발문 - 황예인(아직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미 할머니가 되어) 나의--- 할머니에게 제목을 보고 택했다. '할머니'란 단어가 낯설기는커녕, 평생 늙지 않을 줄 알았던 내 청춘이 고운 단풍처럼 지나고 이미 '할머니'의 자리에 당당히 앉은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할머니일까?'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있을까?' '인아와 지유에게 나는 어떤 할머니일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철이 들어 친구가 생기고 이웃이 곁에 있음을 알았을 때, 뒷집에도 옆집에도, 친구들에게도 할머니가 계셨는데 나에겐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었다...

독서감상문 2021.11.01

평내에서 금곡

일주일에 두 번은 백봉산 줄기를 더듬는다. 지난주는 비가 내리고, 날이 추워지고, 이런저런 이유로 못 갔다. 함께 가는 이들이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혼자 나섰다. 다른 때보다 한 시간 이르게 시작한 산행, 조붓한 오솔길은 먼지가 없어 함초롬한 가을국화 같은 분위기이고, 밤이며 도토리도 거짓말인 듯이 자취를 감추어 길이 오롯이 길의 역할을 감당했다. 입구를 들어서니 분위기가 다르다. 일주일 만에 이렇게 바뀌다니 놀랍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풀리면 다시 여름 같은 따뜻한 날이 오리라 여겼는데 이미 가을의 중심에 서 있다니... 나무마다 노란색과 볼긋한 색이 스며 새색시 얼굴처럼 곱다. 노란 단풍을 보니 불현듯 어릴 적 먹었던 호박지짐이가 생각나고 엄마가 생각난다. 명절이나 제삿날이 되면 부치 개를 만들며 ..

산이 좋아라! 2021.10.28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한 강 / 문학동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한 말이다.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 소설은 제주 4.3 사건이 배경이 된다. 작가가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이 되기를 바란 것은 가족에 대한 아픔일까, 가족들이 나누지 못한 슬픔이며 恨일까, 인선과 경하가 나누는 대화들이다. 고향이 제주도인 인선의 부모님이 겪은 이야기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수선하여 갈피를 잃어버린다. 어느 것이 '꿈'이며 '생시'인지 구분할 수 없다. 좀 더 단순하고 명쾌하게 썼다면 독자가 이해하기도 쉬울 텐데 굳이 어렵게 표현한 것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작가의 역량을 자랑하고 싶은 것일까? 굳이?? 하는 마음이다. 인선의 부모님과 그 부모님의 이야기,..

독서감상문 2021.10.21

61독

2021.9.23 ~ 2021.10.20 am 6:33 언뜻 날짜를 확인하면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확인하면 한달이 지나고 정신을 차리고보면 계절이 바뀐다. 어쩌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날 보다 하나님 나라에 입성할 날이 가깝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러고보니 내 인생도 내가 서 있는 계절, 딱 이맘때인것 같다. 솔직하자면 요즘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하나님 앞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지, 구원에 관한 솔직한 나의 확신은 어느만큼인지, 예배에 대한 나의 열정과 열심은 또한 어느 만큼인지,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핑계로 교회에 가지 않고 캠핑장에서, 방에서 편안하게 예배를 때우는 것은 아닌지. 투명한 거울 앞에서 나를 비춰보는 것이 두려워 애써 피한다. 새벽예배시간에 맞추어 잠이 깨는 것도 나의 의지..

성경읽기 2021.10.20

자라섬캠핑장1

다시 찾은 자라섬 캠핑장, 이번엔 화장실이 가까운 163번으로 예약했다. 잠을 자다가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화장실이 멀리 있으면 불편하다. 정말 일어나기 싫고 가기 싫어서 이번엔 작정을 하고 근처에 예약을 했다. 다행인 것은 자라섬 캠핑장은 화장실과 다용도실이 완벽해서 가까이 있어도 냄새가 나거나 흉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덕분에 밤에 화장실 다녀오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갑자기 추워진다는 소식에 화로를 준비했다. 하나씩 늘어가는 소품처럼 짐이 하나씩 많아진다는 어려움이 있는데, 다음부터는 짐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꼭 필요한 것만 간단하게 챙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뚝 떨어진 날씨는 텐트를 설치하고 화롯불을 피우기까지 춥다. 화로를 피우고 몸을 녹이는데 '대박장작'이라며 가평읍내에서 장작을 실은 차가 ..

기억하는 소설

기억하는 소설 강영숙 외 / 창비 함께 읽으면 좋은 창비 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 기억하는 소설 창비에서 이런 테마 소설 시리즈가 있는 줄 몰랐다. '땀 흘리는 소설', '가슴 뛰는 소설' 에 이어 '기억하는 소설'이다. '기억하는 소설'이라기 보다 '기억해야 할 소설'이 맞을 것 같다. 강영숙 - 재해지역투어버스 김 숨 - 구덩이 임성순 - 몰(沒) mall 최은영 - 미카엘라 조해진 - 하나의 숨 강화길 - 방 박민규 - 슬(膝) 최진영 - 어느 날(feat. 돌멩이) '기억하는 소설'의 중심에 있으면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잊히지 않는 소설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기억할 수밖에 없는 코로나 시대인 것처럼, 소설은 우울하고 아프고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일어났던 재..

독서감상문 2021.10.14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 나무옆의자 얼마 전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끝나고야 말았다. ㅠㅠ 일주일 기다려 1시간 반을 달콤한 마음으로, 화사한 마음으로, 마음속 어딘가에서 봄꽃이 피어나는 마음으로 시청했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두고 어느 비평가는 또 비평했다. "나쁜 사람은 없고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드라마" 라며 비현실적이라나 뭐라나.. 정말 별일이다 싶었다. TV만 틀면 여기저기 부패한 이야기와 상상을 초월한 악한 일들이 난무하여 세상살이 어느 한 군데 마음 둘 곳이 없는데 착한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말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는 것이 더 아쉬웠다. 세상이 너무 험한 이유인지 몰라도 따뜻한 이야기가 좋다. '불편한 편의점'은 메이드 빈치를 ..

독서감상문 2021.10.04

한시간 기도

한시간 기도 유기성 / 규장 주님 안에 거하는 기도로 사는 그리스도인 신앙서적을 읽는 것을 불편해 하며 의식적으로 피할 때가 있었다. 거룩한 부담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나면 실천을 해야하는데, 실천하기엔 또 지켜야 할 것도 많고, 버려야 할 생각도 많다. 차라리 모르는채 살아가는 게 편하다는 뻔한 이유이다. 나이가 들고 직분이 주어지고, 돌봐야 할 양육자(?)가 생기고나니 영적근육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과외하는 마음으로 목사님들의 책을 읽고 깨달아지는 은혜가 임하다보니 어느순간부터 신앙서적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얼마전 김요한 목사님의 설교 중에서 유기성 목사님의 '한시간 기도'가 소개되었다. 하나님과 얼굴비비기라는 비유를..

독서감상문 2021.09.30

자라섬캠핑장

자라섬 캠핑장은 우리 집에서 30킬로이다. 주말 오전까지는 길이 많이 밀리지만 오후에는 어려움 없이 갈 수가 있는 장점과 캠핑장 예약 경쟁력이 세지 않아서 우리에겐 딱이다. 넓은 캠핑장엔 텐트를 칠 수 있는 널찍한 데크, 차박을 할 수 있으며 전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 있고, 카라반이 설치되어 있는 캠핑장이 따로 정비되어 있다. 장소가 넓은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데크 하나씩 자리를 비워 거리두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공동취사장과 화장실 샤워장까지 잘 갖추어져 있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그런 좋은 곳에도 사람들은 늘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고, 타고난 재를 버리고, 화장실 휴지를 둘둘 말아서 쓰고, 함부로 버린다. 공동취사장엔 설겆이 후 음식물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