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한 강 / 문학동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한 말이다.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
소설은 제주 4.3 사건이 배경이 된다.
작가가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이 되기를 바란 것은 가족에 대한 아픔일까,
가족들이 나누지 못한 슬픔이며 恨일까,
인선과 경하가 나누는 대화들이다.
고향이 제주도인 인선의 부모님이 겪은 이야기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수선하여 갈피를 잃어버린다.
어느 것이 '꿈'이며 '생시'인지 구분할 수 없다.
좀 더 단순하고 명쾌하게 썼다면 독자가 이해하기도 쉬울 텐데 굳이 어렵게 표현한 것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작가의 역량을 자랑하고 싶은 것일까?
굳이?? 하는 마음이다.
인선의 부모님과 그 부모님의 이야기,
글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제주도에 있는 섯알 오름이 떠올랐다.
트럭에 실려져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끌려간 사람들,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하여 고무신을 벗어 던진 사람들,
한 구덩이에 몰아넣은 후 총을 갈겨대었던 웅덩이가 눈에 선하다.
섯알오름에서 느꼈던 암울함과 묵직한 슬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비석에 있는 시를 읽지 않고 설명을 읽어보지 않아도 차오르던 슬픔의 무게가 책을 읽는 내내 다시 떠올랐다.
서운한 것은 작가의 고급진 표현들이 오히려 이야기의 참맛을 잃게 했다고 느껴진다.
인선의 외삼촌과 이모와 엄마가 겪었던 오빠이자 동생으로 인해 겪었던 슬픔과 고통,
인선의 아버지가 당했던 고초와 슬픔이 작가의 문체 속에 묻혀버린 듯한 아쉬움이 크다.
이 책을 읽고 '섯알오름'을 다녀오면 좋겠다.
노란리본이 제주도의 바닷바람에 춤을 추고, 철사로 만들어진 소녀가 가을빛에 고개를 숙이며 비둘기를 손에 든 모습,
송악산까지 이어지는 굴속의 길을 슬픔과 손잡지 않아도 저절로 옮아지는 슬픔을 느끼면서 말이다.
때론 글도 단순한 게 좋을 수도 있다는 건방진 생각이 들었다.
섯알오름에서 찍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