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나의 할머니에게

여디디아 2021. 11. 1. 16:13

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 다산책방

 

작가들의 친필 싸인 

 

윤성희 - 어제 꾼 꿈

백수린 - 흑설탕 캔디

강화길 - 선베드

손보미 - 위대한 유산

최은미 - 11월

손원평 - 아리아드네 정원

발문 - 황예인(아직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미 할머니가 되어)

 

나의--- 할머니에게

제목을 보고 택했다.

'할머니'란 단어가 낯설기는커녕, 평생 늙지 않을 줄 알았던 내 청춘이 고운 단풍처럼 지나고 이미 '할머니'의 자리에 당당히 앉은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할머니일까?'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있을까?'

'인아와 지유에게 나는 어떤 할머니일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철이 들어 친구가 생기고 이웃이 곁에 있음을 알았을 때,

뒷집에도 옆집에도, 친구들에게도 할머니가 계셨는데 나에겐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었다.

구부린 허리에 하얀 머리카락, 뒹구는 낙엽처럼 볼품없이 늙어가는 할머니들이 피워내던 함박웃음은 봄꽃 같았고

시도 때도 없이 "할머니" 라 부르며 품에 달려가 안기는 친구들이 한없이 부러웠었다.

 

포기는 빨랐다.

할머니가 계시지 않음을 깨달은 순간부터 이미 할머니에 대한 사랑까지 말끔히 끝낸 청소처럼 포기했다.

 

장래 소망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 연로해지면 시골교회(보현 교회)에 가서 주일 학생들이 예배를 드릴 때 조용히 신발 정리를 해주리라는 소망이 있었다.

출산율이 이렇게 저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나의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담아진 보현 교회가 그때쯤이면 아이들로 벅적거릴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어느새 고운단풍잎처럼 고와진 나이가 나를 할머니로 만들어 놓았다.

'할머니'란 자리가 이렇게 귀하고 복되고 소중한 자리일 줄이야...

인아와 지유가 "할머니"  부르며 안길 때, 우리 집에만 오면 엄마 아빠보다 할머니를 찾으며 할머니 곁에서 꼬물락 거리며 잠이 드는 천사 같은 손녀들을 보며 할머니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는다.

 

작가들이 할머니를 기억하며, 다시 그들이 할머니가 될 날을 그리며 쓴 소설이다.

소설마다 그려진 짙은 사랑과 아련한 그리움이 참 좋다.

나 또한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

인아와 지유가 어른이 되고, 내가 이미 세상에 없을 때,

나를 기억하며 사랑과 감사와 그리움을 간직하면 좋겠다.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한번쯤 눈물이라도 흘리면 참 좋겠다.    

 

나의 할머니에게..

인아와 지유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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