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190

부안여행

바람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걸 알면서도 '어쩌다 한 번쯤은'이라는 이유는 너무나 합리적이고 당연하고 뻔뻔하다. 지난주 아들과 강원도를 누비고 이번주는 친정식구들과 전북을 누비기로 했다. 그것도 내 입이 발단이 되어서 말이다. 몇 년 전 남편과 직소폭포를 다녀오고 곰소항을 구경하고 고향식당이란 곳에서 먹었던 음식, 바다에서 나오는 모든 생물들이 암컷과 수컷이 마치 노아의 방주에서 쏟아져 나온 듯이 종류별로 상위에 펼쳐졌을 때의 놀라움을 지금도 생경하게 기억하기에 서방이 "꼭 다시 가봐야 할 곳"이라며 입맛을 다시곤 했다. 작은 형부의 고향이기도 하고 가을이면 형부의 논에서 결실한 쌀이 집으로 한 포대씩 배달되어 오기도 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기에 형부가 부안에 가시면 때를 맞추어 ..

만남(화담숲)

사람과 사람.. 만남, 인연.... 블로그를 통해서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더 나아가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진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특별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지만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몇 안 되는 블로그 친구 중에서 외국에 계신 친구가 여름을 맞이하여 잠시 귀국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평생 쓰지 않은 머리를 굴리고 돌리고 하다 보니 언젠가 가보고 싶다고 했던 화담숲이 떠올랐고, 이왕이면 하룻밤을 보내고 싶었고 그러자면 아들의 능력을 자랑하고 싶었다. 일찌감치 손이 없는 날짜를 골라 운을 띄우고 세현이에게 곤지암리조트를 부탁했다. 성수기에는 직원들에게는 방이 없다는 말에..

남편 발수술

수요일에 입원, 목요일인 어제 철심제거 수술을 했다. 요즘 골절 수술 후 핀을 박고 빼지 않는 것이 많은데 남편은 그것과는 상관이 없다. 고리가 연결된 3자형의 양철스프링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뽑지 않을 수 없다. 1년 동안 절뚝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만 걸어도 발이 붓고, 나몰라라 할 수가 없어서 일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거들기도 하고 직접 일을 하기도 해야 했다. 그때마다 발이 붓고 몸이 힘든 것은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가능하면 오후에 일찍 퇴근을 하기로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매일 치던 배드민턴을 치지 못해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던 배가 임신부처럼 나오고, 허리가 뒤룩뒤룩해져 배둘레헴이 되고 평생 처음으로 몸무게가 80kg을 찍고 바지허리가 끼고 티셔츠..

대관령 옛길

대관령자연휴양림 옛길에 다녀온 것을 본 안명애 권사님이 길이 예쁘다며 같이가자고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백조가 과로사 한다고, 하루하루 분초를 다투는 권사님이 손(?) 없는 주말을 잡아 대관령 옛길을 다녀오자는 바램에 은정, 영주, 경숙 집사님과 함께 약속을 했다. 같이 움직이다 보면 간식이니 뭐니 먹을 것이 많아서 각자 준비할 것을 배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먹을 것이 충만하다. 금요일 밤, 뒤척이다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4시 40분에 눈을 떴다. 커피를 내리며 김밥을 준비하며 청포묵을 준비하다보니 약속한 6시에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다. 평소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데 오늘은 내가 지각하게 생겼으니 낭패가 아닌가. 아니나다를까. 5시 45분에 이미 도착했다는 전화가 온다. 맙..

대관령옛길

2주 전 다녀온 대관령자연휴양림은 100점이었다. 어려운 자연휴양림 사이트에서 검색하다가 한자리가 딱 비어있는 걸 보니 누군가 급한 일로 인해 취소한 거 같다. 1박으로는 아쉬운 마음이라 2박 3일에 33,000원을 날리며 빛의 속도로 예약을 했다. 화도 ic는 우리 집 앞이라 평일과 주말 고속도로 상황이 어떤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6시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옆사이트에 오신 분이 남양주 진건에서 오셨는데 화도 ic 통과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6시에 출발하여 동홍천에 도착하니 7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대관령으로 향하지만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다. 하조대 해수욕장 한바퀴를 돌고, 몇 년 전에 갔던 죽도암을 한 바퀴 돌았는데 그새 많이 변했다. 깨끗하고 편안한 데크길을 걸으며 동해바..

이웃사랑부 만찬

매주 화요일 아침 8시가 되면 평내교회 주방으로 쏙쏙 모여드는 이웃사랑부 주방팀, 남편 출근시키고, 자녀들 출근과 등교, 연로하신 부모님 챙기느라 분주한 가운데서도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선뜻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서는 여인들을 보노라면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집에서 드라마를 보며, 드러누운 채 뒹굴거리며,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기도, 돈을 벌기 위해 출근을 할 수도 있지만 건강할 때 내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며 섬기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수고가 하늘에서 해 같이 빛날 줄 믿는다. 올해는 새로온 분들이 많아 식구가 많이 늘었다. 식구가 많이 늘었다는 건 바람도 많아졌다는 것일 게다. 우리 살아가는 것이 어디 매일이 행복하고 매일이 꽃이 피는 날일까 말이다. 부모님이 ..

북한강..변에서

평내교회 등록한 지 35년이 지났다. 세현이 첫 돌을 지나고 평내로 이사를 왔고, 이사 온 후 바로 평내교회에 찾아가 예배를 드리고 등록을 했다. 더러는 등록하기 전 이 교회 저 교회로 다니며 탐색한 후 등록을 한다고 하지만 단순한 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라는 확실한 표시만 있으면 한 번에 등록을 한다. ㅎㅎ 평내교회 35년 동안 교회에 여러가지 일도 있었지만 "네 자리는 네가 지키라"는 음성을 확신한 후 시험을 당하고, 중상모략을 당해도 끄덕 없이, 하물며 당당하고 굳세게 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중늙은이가 되고 후배들이 늘어나고 자리를 물러주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올 초 평생을 함께한 샬롬찬양대에서 물러나 남편과 일반예배석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

7여전도회 야유회

연둣빛이 짙어져 초록으로 변하고 초록이 지쳐 단풍이 되기 전에 우리는 떠나야 했다. 한시라도 빨리, 여름비가 내려 초록이 무거워지기 전에, 무거운 잎이 우리 마음에 덜컹거리는 돌덩이를 매달기 전에 어딘가로 내달아 속엣 것들을 내놓아야 하고 가득한 웃음을 터뜨려야 하고 피식거리는 불만을 내동댕이쳐야 했다. 나만이 아니라 또래의 여자들의 마음이 그러했기에 7여전도회원들의 소풍이 공지되던 날부터 여기저기 손이 올라오기 시작했나 보다. 혹시 나만 떼어놓고 갈세라, 월례회 중에 형임이에게 회비를 부탁하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 현충일, 전날부터 현충일 오전 10시에 울리는 사이렌에 맞추어 묵념을 올리라는 소리가 요란하다. 청년시절, 현충일에 무슨 야유회냐며 호통을 치시던 장로님들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시대가 바뀌었으..

대관령자연휴양림

의자를 교체했다. 깨끗하게 정리된 데크 연립동주택과 숲 속의 집을 지나면 숲길이 나온다.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 노무현대통령이 방문했다고.. 옆집.. 완벽한 캠퍼.. 아이스드립커피를 대접... 감동했다. 강릉 정은숙초당두부 매월 초가 되면 자연휴양림 주말추첨을 잊지 않기 위해 기를 쓴다. 지난달에는 내가 대관령을, 남편은 삼척 검봉산휴양림을 신청했는데, 둘 다 당첨되었다는 소식이다. 대관령을 검색하니 휴양림도 좋지만 주변 산책코스가 마음에 들어 기대가 컸다. 주말을 기다리는데 수요일에 문자가 왔다 6월 2일에 입실하여 3일에 퇴실이라니... 그럴 리가.. 신청한 날을 보니 6월 2일과 3일이 맞다. 허둥거리며 신청을 하느라 2일과 3일을 헷갈려 금요일과 토요일을 택하고 말았..

물의정원

언니와 오빠 동생이 가까운 거리에 살지만 자주 만나기가 쉽지 않은 건 각자의 삶이 바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버둥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 아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버둥거리기 시작하자 우리는 다음세대를 위하여 허둥대기 시작했다. 내 자식들의 버거운 일상이 안쓰러워 편안한 노후가 기다릴 줄 알았던 기대는 사회에 이바지하는 마음과 자식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마음으로, 손주들을 돌봐주는 시간으로 반납할 수밖에 없다. 언니 오빠가 탁구를 시작한건 몇 년 전부터이다. 처녀시절부터 탁구를 치던 나도 다시 탁구를 시작하여 가족이 만나면 함께 탁구를 치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지난 구정에 남양주에 모여 탁구를 쳤는데 다시 모이기가 쉽지 않다. 모처럼 다시 모이기로 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