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190

나!! 이런 사람이야~~~

내가 좀 교만했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주변의 거의 모든 이가 고생을 하는데 난 멀쩡했다. 특별히 마스크를 잘 쓴 것도 아니고, 사람을 가려서 만난 것도 아니고 사무실에서 숱한 사람들을 만나는데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를 피해 가는 줄 알았다. 조카결혼식에서 내 교만함이 꺾였고, 무증상이면 사무실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교만함마저 꺾였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출근을 못하고 교회를 결석한다는 소식을 카톡에 전하자마자 빗발치는 전화, 그리고 문 앞에 놓이는 음식들.. 추어탕과 콩나물국밥, 피자, 오렌지, 사과는 말할 것도 없고 본죽은 전복죽과 호박죽, 팥죽이 날마다 배달되어 왔다. 그뿐인가! 영양제 맞고 일어나라며 현금을 통장에 보내주는 언니, 병원에 데려다주는 동생도 있고, 병원에 직원가로 접수해주는 집사님도 ..

유명산자연휴양림

여름과 가을, 남편의 사고로 여행이니 휴가니... 달달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나에게 사치였다는 사실이다. 특히 서방은 병실에서 40일을 누워지냈다(나는 이를 '신선놀음'이라 칭한다). 걸음걸이가 자유롭지 못해 목발을 짚었는데 얼마전부터 목발을 벗고 혼자서 살살 걷기 시작한다. 물론 절뚝거리면서.. 의사선생님은 절대 운동하지 말라고 하니 무리는 금물이다. 여름 내내 낚시도 못 가고 캠핑도 못 간 남편이 캠핑이 고팠나 보다. 나야 말해 뭐하나.. 토요일이 지난 주일엔 에약하기가 쉬워 주일에 예약을 하고, 예배 후 유명산으로 출발했다. 최대한 가볍게 준비를 해서 떠났는데 마침 주차장에서 지역축제를 하는 날이라 가스불도 켜지 않았다. 가평 잣막걸리와 해물파전과 닭꼬치를 먹고 나니 발부터 머리까지 가을이라 물든 단..

철원주상절리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고, 내 입맛은 당기는 계절이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그래서 여행하기엔 안성맞춤인 계절이다. 며칠간 쌀쌀한 날씨가 반팔을 입어야 할지, 긴팔을 입어야 할지, 새벽처럼 패딩을 걸쳐야 옳은지 분간할 수 없어서 며칠 전부터 날씨를 유심히 살폈다. 다행히 밤과 낮의 기온차가 심하고 낮의 기온은 24도로 오르는 날이라고 하니 반팔이 맞는 듯하여 반팔을 준비했다. 결론은 반팔을 걸친 나를 100명이 부러워할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평내새마을금고가 동부새마을금고로 이름이 바뀌어지고 코로나로 인해 3년 동안 꼼짝을 못 하더니 이제야 대의원님을 모시고 나들이를 하겠다고 꼭 참석하라고 통지를 보내왔다. 남양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녀온 한탄강 주상절리, 지난여름에 평내교회 구역장과 권찰..

경주 포항 울산

지난여름, 큰언니의 73번째의 생일을 맞이해 근처에 있는 언니와 오빠와 동생이 언니네서 모였다. 예배 후 동생과 함께 고양시에 있는 언니네서 만나 쥐눈이콩을 전문으로 하는 한정식집에서 점심을 먹고 언니네서 뒤풀이로 커피와 케이크 그리고 복숭아와 수박을 나누며 달력을 살피며 울긋불긋한 10월에 눈들이 붙잡혔다. 첫 주가 좋으냐 둘째 주가 좋으냐로 분분하던 의견은 첫째 주로 모아지고, 전라도가 좋으냐 경상도가 좋으냐로 나뉘던 의견은 운전할 차량과 기사가 만만한 경상도로 결정하는데 만장일치의 결과를 보았다. 육촌 오빠인 이진월 오빠는 작은오빠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이기도 하고, 유난히 친척들과의 관계가 끈끈한 청안이 씨는 부탁을 하면 만사를 뿌리치고 달려오는 인간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온뜰

다온뜰 우리아버지는 누나 2, 여동생 3, 남동생 1명이 계셨다. 그 중에 막내고모인 황새골 고모는 우리와는 가장 가까운 곳에 사셨고 그래서인지 가장 친근하고 가까운 고모님이시다. 세살때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흙장난을 하면서 "우리엄마 죽었다"고 울지도 않고 놀았다는 말에 얼마나 슬프던지. 우리집에서 건너다 보이는 동네에 사신 고모, 어릴적 인근마을 사람들은 나만 보면 "황새골 새오댁이랑 똑같다. 어째 저렇게 닮을 수 있나. 희한하다"며 나를 보고 또 보곤했다. 젊은시절부터 키가 크시고 화통한 고모는 어머니회장을 할 정도로 여장부셨다. 위암으로 일찍 세상을 뜨신 고모가 안타깝고 보고싶다. 친정오빠를 부모님처럼 생각하며 사랑하신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고모가 사신 마을엔 김씨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살았다. 그래..

이웃사랑부

별내에 있는 목향원 평내교회 이웃사랑부 매주 화요일 주방에서 70 가정에 반찬을 섬기기 위해 아침 8시부터 모여 준비한다. 영숙, 환임, 민경, 은정집사와 나, 다섯 명이 200인분의 반찬을 만드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즐거움이 되어 버렸다. 70 가정이라고 하지만 가정당 3인분 이상의 반찬을 담아 드리다 보니 기본이 200인분이다. 도대체 어떻게 가늠을 하느냐고 하는데, 글쎄 나도 모른다. '다음 주 반찬은 무엇으로 할지, 양은 얼마를 할지, 신기하게도 걱정이 되지 않고 때마다 메뉴가 떠오르고, 마트에 가면 적당한 양이 손에 채워지고 바구니에 담겨지니(물론 때론 적고 때론 많다만..), 이 또한 은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새 5년이 채워져 간다. 처음엔 남자 집사님이 계셔서 힘든 일은..

인아 지유와 캠핑

나이가 늘수록 시간이 귀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일까.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와 내 몸이 노후되어가는 속도가 눈에 보인다. 아무리 젊어 보여도 몸은 몸이 말하고 남은 나의 몸을 알지 못한다. 하루가 지나고 저녁이 되면 나도 모르게 굳어지는 몸, 자유롭지 못한 팔다리, 의지와 상관없이 곧게 펴지지 않는 허리, 발딱 일어서고 싶은데 입에서 신음이 먼저 나오는 기이한 현상은 '나'를 놀라게 하고 그런 '나'를 때로 서글프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이라는 말로 산으로 들로, 캠핑으로 등산으로 휘젓고 싶은 것은 생활을 즐기고 싶은 욕심인가, 인생을 즐기고 싶은 욕망인가. 자라섬 캠핑은 꽤 괜찮은 취미생활이다. 거리가 가깝고 예약하기가 쉽고 캠핑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현충일에 언니네 가족과 같이 다녀왔는데 이..

나의 돈 사용법

나는 솔직하다. 서방 말을 빌리자면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때론 체면도 차리고 자존심도 세워야 하는데, 이건뭐 있는 그대로를 까발린다나 뭐라나. 거짓말하고 아닌 척하고, 있는 척하고, 아는 척하고... 그건 정말 못할 짓이다. 생리적으로 나와는 안맞다. 평내광고에서 한달 월급 80만원을 받는다.(3개월전에 10만원 올랐다) 물론 툭하면 고용노동부에 고발을 한다느니 어쩌니 협박이나 겁박을 하지만 평내 광고의 형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월급에서 매월 20만원의 적금을 붓는다. 나에겐 부채가 있다. 다름 아닌 큰며느리 김성희와 성희 엄마에 대한 부채이다. 성희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컥~~ 인아가 생겼던 것이다. 그때의 놀람이라니.. 내가 그렇게 놀랐으니 사돈네는 하늘이 무..

생일 투

유난하던 생일은 2월 말로 끝나는가 했는데 조카 준경이가 이모 생신이라고 선물을 준비했단다. 지난해 남양주보건소에서 스마트워치를 받고 1년간 건강관리를 했는데 기간이 끝나는가 했더니 워치도 수명이 달리했다. 생일선물로 아들에게 요구할까 생각했지만 더 급한 것이 있어서 참았는데 준경이가 눈치를 챘나 보다. 직업정신이 투철하여 동생네 식구만이 아니라 기회가 될 때마다 이모네 식탁과 먹는 영양제를 관찰하고 잔소리도 하고 권하기도 한다. 덕분에 서방은 준경이가 '하지 마시라, 쉬었다 드시라, 필요한 영양소 이 거드 셔라, 저거 끊어라'는 한마디에 두말 않고 따른다. 내가 말하면 믿지 못하지만 아산병원 임상영양사 선생님의 말씀은 거역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물론 나에게도 잔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이모 짠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