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 젖고 추운 몸을 말리고 흑돼지구이를 먹기 위해 숙소옆 화로구이로 향했다.
멸젓을 양념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20만 원 이상이 나오고 큰아들이 계산서를 들고나가는데 마음이 짠하다.
비행기표가 70만원이 넘고 숙소와 렌터카가 40만 원이 넘지만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긁었기에, 눈앞에서 보이는 숫자와
아들의 손에 끌려나오는 카드는 어미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이모 내일 아침엔 몇시 기상이에요?"라는 준경이의 물음에
"실컷 자라"며 고단하고 치열한 젊은이들의 일상에 나름 자유를 누리게 한다.
친구들이 오면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규칙대로 행동하지만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따라 쉴 틈 없이 뛰어야 하는 생활을 알기에 하루쯤 늦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니 지난밤 각자의 짐을 정리하고 젖은 옷가지와 가방을 깔끔하게 마무리 해놓았다.
특히 빈틈없이 마무리해놓은 주현이의 짐을 보니 할 말이 없다. 저렇게 완벽했었나.. 싶어 진다.
숙소 근처를 한 바퀴 돌다 보니 제주해변교회가 보여 예배시간을 확인하니 1부 예배가 7시다.
10분이 지났지만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맙소사...
성도 두 명에 목사님, 세분이 예배 중이시다.
예배가 끝날즈음 주현이로부터 어디냐고 전화가 왔다. 내가 나오는 소리에 일어나 씻은 후 함덕해수욕장 앞 스타벅스에 왔다고... 모처럼 주현이와 모닝커피를 마시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놀란 마음을 쓸어안는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은 나와 나의 자녀를 위해서 일하고 계심을 깨닫는 시간은 나에게 엄청난 비밀을 알게 하며
다시금 하나님 앞에서 나의 모습을 다잡게 하고 범사에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케 한다.
영적인 민감함을 잃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맑고 화창한 봄날, 멀리 가지 않고 함덕해수욕장과 서우봉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그동안 보이는 서우봉만 걸었는데 이번엔 서우봉의 구석구석을 걸었다.
산책길을 걸으면 숲길이 나오고 동쪽과 서쪽의 아름다운 경관을 아낌없이 보여주어 아이들에게도 충분한 볼거리와 걷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걷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숨어있는 길까지 찾아가며 걷는 즐거움이 크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서로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이런저런 포즈를 요구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도 좋고, 특히 오랜만에 두 형제가 함께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좋다.
대학엘 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각자의 길을 걷다가 결혼을 한 후, 대화할 시간도 갖지 못했는데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사진도 찍는 모습이 엄마에겐 가장 큰 기쁨이다.
준경이가 "오빠들 손 잡아봐"라고 하자 "싫어"라며 휙 돌아서는 모습이 현실의 형제 모습인가 보다.
준경이의 연출 때문에 아들과 이런저런 폼으로 사진도 찍었다.
역시 딸이 있어야...
해녀김밥 집은 김밥 7,500, 라면 11,000, 튀김 9,000원인데도 줄이 길다.
기다리는 동안 세현이가 중국에서 세미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멋지다.
기다린 듯이 중국인이 와서 우도에 들어가는 선착장을 묻는데 세현이가 친절하게 앱을 깔아주고 조용한 목소리로 안내한다. 그런 오빠가 멋지다며 준경이가 동영상까지 촬영한다.
식사 후 커피는 월정리 돌카롱카페로 향했다.
김밥 값을 계산하려다 오빠에게 거절당한 준경이가 커피와 마카롱을 재바르게 계산한다.
월정리 바다 역시 바닷물빛이 곱고 맑아서 감탄사가 요란하다.
곳곳이 포토존이라 준경이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연신 불러대는 오빠.. 열 번, 스무 번을 불러도 오빠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이쁘고 싹싹한 동생에게 카메라를 들이민다.
선물가게에 들러 준경이가 지유와 인아의 선물을 고르고 이모를 위해 茶를 고르는 마음이 얼굴만치 곱다.
준경이가 있어서 이번 여행은 보드랍고 달달하다.
주현이와 세현이도 동생이 있어서 즐거워하고 대화도 많이 나눈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서인지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하다는 세현이의 말이 정답이다.
참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결혼한 아들들과의 여행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뜻하지 않게 귀한 기회가 허락되어서 감사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자녀들이 언제 어디서나 단단했으면 좋겠다.
힘들고 비틀거릴 일이 있으면 어머니의 기도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주현, 세현, 준경!!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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