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사북면에 위치한 국립용화산 자연휴양림
비가 내려서 텐트를 나직하게 쳤다.
강원도 감자바위
다래순이 맞춤하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매월 초순이 되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국립자연휴양림 주말추첨에 남편과 각각의 이름으로 신청을 한다.
지난달엔 둘 다 낙방을 했는데 이번엔 내가 당첨을!!
미당첨일 경우 15일에 선착순 신청을 하는데 용화산휴양림에 당첨되었다.
처음으로 향한 용화산휴양림,
춘천이라 멀지 않고 유명하지 않은 탓에 선착순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국립휴양림은 3시 입장시간이 철저하다.
아무리 빨라도 2시가 넘어야 입장이 가능한데 이날은 비가 온 탓인지, 조금 이르게 입장 할 수 있었다.
들어오는 길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문이 있을 만치 입구는 불편했다.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은 좁은 길에 마주 오는 차량이 있을 때는 어느 한쪽이 뒤로 물러나야 하는 배려를 해야 한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올라야 용화산자연휴양림이 얼굴을 내보인다.
오래된 휴양림인가.
데크와 데크 사이의 간격이 좁은가 하면 데크가 낡아서 허물어져 가고, 자동차를 세우기도 불편하다.
보통 데크 옆에 자동차를 세워두는데 그렇게 하기엔 옆 데크에 너무 피해가 많다.
옆데크에 온 손님이 무리하게 자동차로 오르는 모습을 보며 기겁을 하고 남편과 내가 차를 세우기도 했다.
데크가 작고, 낡고, 간격이 비좁고, 자동차가 들어가기에도 무리이다.
샤워실엔 두 명이 샤워를 할 수 있는데 하나가 고장이다.
화장실에는 낮인데도 화장지가 떨어지고 설거지를 하는 곳엔 더운물이 나오질 않는다.
국립휴양림엔 설겆이를 하는 곳에 더운 물이 나오는데 찬물만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책로와 숲 속교실, 운동을 하기에는 최고이다.
산책코스가 A, B, C로 나누어져 있는데 10분에서 20분 정도의 거리이다.
걷기에 무리도 없고 길도 예뻐서 어디를 걸어도 기분이 상쾌하다.
산림욕장이 있어서 다리가 아픈 남편을 두고 혼자 걸었는데 한 바퀴를 돌아 야영장으로 향했다.
고불고불한 산길을 걸으니 맞춤한 다래넝쿨 위로 이쁜 다래순이 나풀거리고 낯익은 나물과 봄풀들이 나를 부르는 듯하다. 어제 내린 비로 촉촉한 흙과 알맞은 낙엽들이 발아래서 부딪히고 기분 좋은 감촉이 발밑에서 몽실거리는 봄길,
용화산의 데크가 아무리 후지고 질이 떨어진다고 해도 이렇게 이쁜 봄날의 산과 봄날의 풀과 나무, 봄바람과 공기가 나를 흔드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며칠 전 읽은 책에서
봄은 "화려한 영광의 계절"이라고 했다.
무슨 표현이 이보다 정확할까.
어느 날,
추레하게 늙어가는 내가 보이던 내게
연둣빛의 봄이 내게 소망을 가져다주었음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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