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남벽분기점(버킷리스트 성공)

여디디아 2023. 5. 3. 10:20

인생버킷리스트 성공(아들 둘과 남벽분기점 가다!)

 

 

날씨가 왜이래~~

(아래) 오리지널 삼다수라는 말에 너도 나도 한잔씩~~

손이 이쁜 세현씨~

윗세오름 대피소가 훌륭하게 생겼다.

왔노라!   보았노라!   아쉬웠노라!!! 진정~

 

설날이 지나면 돌아오는 내 생일, 영숙이 말을 빌리면 김일성 생일 같은, 서방 말을 빌리면 한 달을 끌고 가는 생일, 

딸 많은 집,  가난한 집에서 존재감이라곤 1도 없는 셋째 딸, 역시 별 볼 일 없는, 재산도 없고 명예도 없고 권력도 없고  책임감만 뿜뿜한 맏며느리의 존재감은 무의미하기만 했으니...

주현이를 낳고 어쩌면 천하가 내 것인 줄 알았던 그날, 

세현이를 낳고는 세상에 아들 둘을 낳은 사람은 나 혼자인 줄 알았던 그날,

세월이 흘러 아들 둘은 동메달도 아니고 목메달이란 사실을 깨달은 그날,

어쩌면 생존의 법칙을 깨닫기 시작 하고,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그랬으리라.

그래서 내 생일은 1년에 하루만 있는 날이고 소중한 날이고 특별한 날이고 인정받는 날로 만들었다.

 

설날이 지나자마자 떡하니 버티는 생일이 며느리들에게 미안한 것은 내게 양심이란 게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굳이 오지 말라는 배려 속에 더 큰 욕심을 감추어 둔다.

:지난봄, 동생네와 함께 다녀온 남벽분기점 사진을 본 주현이가 "이런 곳은 처음 본다"라는 말을 놓치지 않았다.

평소 "산에 올라가면 다시 내려올 것을 왜 올라가느냐"는 것이 주현이의 생각이기 때문에

"봄에 같이 가자"며 두 며느리와 두 아들에게 권했다.

며느리들이 "아들과 함께 다녀오세요"라는 권유가 흔들리기 전에 다짐을 받고,       

생일 유효기간이 지나기 전에, 1년짜리 정기적금이 만료되기 전에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두 아들이 같이 가겠다는 말에 1년 적금을 제주도 앞바다에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은 건 내 인생 버킷리스트가 

성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남벽분기점에 같이 가고 싶었던 준경이에게 말했더니 같이 가겠다고 해서  4명이 출발하기로 했다.

비행기표는 내가, 숙박과 렌트는 세현이가, 음식은 주현이가 맡기로 하고 나니 모든게 해결되었다.

2월에 결정을 하고나니 도대체 겨울은 끝날 것 같지가 않고 봄은 찾아올 것 같지가 않다.

어느 날 봄꽃이 한꺼번에 피어났다는 소식이 들리고 교회 앞마당에 목련이 피고, 교회밖 벚꽃이 하얗게 흩날리더니

4월이 되고 4월이 저무는가 싶은 마지막 주간이 되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손을 꼽았다는 것이다.

 

비를 좋아하지만 하필이면 29일에 비가 쏟아져야 하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산행을 바꿔야 하나 넷이서 의견을 조율하다 결국 계획대로 토요일에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제주공항은 맑음이라는 조종사의 멘트에 환호성을 질렀다.

제주공항에 내리니 찌푸린 날씨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여유를 가지며 주현이가 검색한 삼일해장국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느긋하게 영실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영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 산 위에서 내려오는데 맙소사,

평내교회 한상훈 집사님이시다. 역시 사람은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 진리이다.

 

30분을 올라가니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준비한 비옷을 입고 서늘한 날씨에 대비해 등산복을 입었더니 덥다.

30대의 젊음과 걸으려니 부담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빨라진 발걸음만치 숨이 차다.

컥컥 대는 엄마를 보니 아들과 조카는 마음이 차오르나 보다.

세현이는 뒤에서 엄마를 보살피고, 앞서서 걷는 주현인 연신 뒤를 살피며 엄마를 염려하며 배낭을 대신 메겠다고 하고

가운데서 준경인 상황을 조절하느라 바쁘다.

비가 내려 앉아서 쉴 수 없고 젊은 사람들 보조에 따르자니 어쩔 수 없이 무리가 되는 건 사실이다.

병풍바위를 지나 선작지왓에 이르러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걸을 수 있었으니... 

결론은 이진옥, 늙었다!!!

 

노루샘에 도착해 "삼다수"의 원산지라고 하자 갈증이 나지 않아도 아이들이 물을 마신다.

한라산에서 물 한잔을 마셔보는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는 표정이 좋다.

윗세오름에 도착하니 대피소가 훌륭하게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에 볼 수 없었는데 따뜻한 난방이 되어 있고 의자가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추위에 지친 몸을

녹이기에 맞춤하다.

궂은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고 남벽분기점으로 향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목적지가 남벽이기 때문에 커피 한잔 마신 후 남벽으로 향했다.

흐린 날씨 탓에 한라산의 웅장한 줄기가 보이지 않고 남벽으로 향하는 초원의 넓은 길이 보이지 않고 환하게

피어있는 울긋불긋한 진달래가 보이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가까이에 봉긋하게 피어있는 진달래가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줄 뿐이다.

 

비를 맞고 내려오는 길은 춥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설익은 컵라면을 먹고 내려오는 길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덕분에 손이 시리고 몸은 겨울처럼 차다.

 

궂은 날씨였어도, 

남벽분기점의 아름다운 길을 볼 수 없었어도,

영실의 오백나한과 병풍바위의 우람한 모습을 볼 수 없었어도,

선작지왓에서 뛰어노는 노루를 볼 수 없었어도,

한라산 남쪽벽의 웅장함과 장엄함을 볼 수 없었어도,

두 아들과 준경이와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행복했다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준 성희와 선 이에게 감사하고

엄마와 동행해 준 주현 세현 준경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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