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이웃사랑부 만찬

여디디아 2023. 6. 20. 14:53

매주 화요일 아침 8시가 되면 평내교회 주방으로 쏙쏙 모여드는 이웃사랑부 주방팀,

남편 출근시키고, 자녀들 출근과 등교, 연로하신 부모님 챙기느라 분주한 가운데서도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선뜻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서는 여인들을 보노라면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집에서 드라마를 보며, 드러누운 채 뒹굴거리며,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기도, 돈을 벌기 위해 출근을 할 수도 있지만 건강할 때 내게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자신을 내어주며 섬기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수고가 하늘에서 해 같이 빛날 줄 믿는다.

 

올해는 새로온 분들이 많아 식구가 많이 늘었다.

식구가 많이 늘었다는 건 바람도 많아졌다는 것일 게다.

우리 살아가는 것이 어디 매일이 행복하고 매일이 꽃이 피는 날일까 말이다.

부모님이 편찮으시기도 하고, 내가 아프기도 하고,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닌가 말이다.

현실은 내 마음과 같이 잔잔한 강물처럼 흐르지 않고 때로 거친 바다처럼 풍랑이 일고 파도가 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온전히 출석한 날은 거의 없는 것 같기도 하다.ㅠㅠ

물론 월요일만 되면 전화가 올까 봐 가장 두렵다. 

이미 반백살을 넘기고 인생의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나이가 되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고 주무르기도 하고 툭툭 두드려도 주면서 상반기를 잘 보내고 있다.

 

이웃사랑부의 기둥이며 평내교회 터줏대감이신 안명애권사님,

권사님 덕분에 이웃사랑부를 자원하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까,

아직도 이웃사랑부 배달팀에서 금곡 평내의 구석구석을 돌면서 배달을 하시는 권사님은 섬기는 것을 좋아하시고 기뻐하신다. 전원주택이기 때문에 상추며 고추, 비름나물과 누룽지를 수시로 검은 비닐봉지에, 쇼핑백에 넣어서 전해 주신다.

"상추가 풍성할 때 이웃사랑부 모여서 고기 구워먹자"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 무조건 날을 잡았다.

3주 전에 담아둔 오이지를 돌리기로 했기 때문에 시간도 넉넉하여 미리 공지를 하여 약속을 했는데,

아뿔싸~ 평내광고가 장날이다.

어쩔 수 없이 사무실 문을 걸고 연평리로 달렸지만 계속 울려대는 ccm "꽃들도" (벨소리)는 나를 부담스럽게 하고 차려놓은 음식의 맛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권사님 댁에 도착하니 대문입구에 아담한 국화 화분이 우리를 맞이한다.

앞마당에 가득한 상추와 치커리와 쑥갓과 대파, 당장이라도 호미를 들고 캐고 싶은 감자꽃이 하얀걸 보니 아무래도 흰 감자인가 보다.

땅속에서 알이 굵어지고 있는 고구마줄기 곁에 비름나물이 소복하여 3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나물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여름날 소나기가 쏟아진 후 뽕나무밭으로 달려가면 반들반들한 비름나물이 얼마나 보기 좋았으며 그 나물을 뜯어왔을 때

엄마의 미소, 땀을 흘리며 드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울컥하게 한다.

그립고 그립고 보고 싶고 또 보고 싶다.

새벽부터 일어나 비름나물을 뜯어서 무치고, 삶아서 7 봉지를 만들어 놓는 세심함이라니...

잡채와 오이지무침과 궁채무침, 우엉볶음과 고추볶음 등등..

수북하게 씻어놓은 야채와 후식으로 준비한 냉면과 다진 양념까지..

햇완두콩을 섞은 흰쌀밥은 얼마나 차지고 맛있는지.

 

삼겹살과 목살과 버섯이 노릇하게 익었고 모두들 말없이 먹는데 열중했지만 며칠 전부터 배앓이가 진행 중이라 고기는 외면한 채 나물과 밥을 맛있게 먹었다.  두고 온 남편을 위해 잡채와 반찬까지 도시락으로 사가지고 왔지만 나는 왜 그리 당당한지!! 이건 또 무슨 염치인지...

남이 차려준 밥상 앞의 여자들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함을 온몸으로 입으로 말한다.

입이 한 개라 다행이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 ㅎㅎ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아무리 고급진 음식점에서도 이렇게 맛있고 마음 편하게 먹지는 못하리라.

일어설 수도 없으며 물 들어갈 자리도 없다며, 두리뭉실한 배를 더듬으면서도 입가에 가득하게 담아진 웃음이라니...

 

귀한 시간, 헌신하며 사랑하는 동생들을 불러서 음식을 대접한 권사님의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임을 믿는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신실한 마음으로 섬기는 그 마음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아닐까.

내가 다듬는 파 한뿌리, 매운맛으로 흐르는 눈물, 무거워 허리가 펴지지 않는 고통, 어렵고 힘든 일은 내가 하려는 마음이 우리의 신앙고백이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임을 기억하면 좋겠다.

우리의 작은 섬김이 교회가 교회 되는 일임을 잊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

 

권사님 덕분에 참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이웃사랑부를 위해 여전한 마음으로 섬겨주시고 과일상자를 들고 달려와 사진을 찍어준 동생 한영분권사님께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주여!!

오늘 먹은 음식이 살로 가지는 않게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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