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대관령옛길

여디디아 2023. 6. 23. 10:24

점점 줄어드는 짐
타프를 설치하지 않고 프라이로 대신..  걸린 저것은??
시원한 그늘에서 한잠 때렸다^^

 

자연휴양림에서 내려오면 시작되는 옛길

 

여기서 대통령쉼터로 이어지는 길인데 표시가 없어서 아쉽다.
옛길에 있는 주막터

 

 

2주 전 다녀온 대관령자연휴양림은 100점이었다.

어려운 자연휴양림 사이트에서 검색하다가 한자리가 딱 비어있는 걸 보니 누군가 급한 일로 인해 취소한 거 같다.

1박으로는 아쉬운 마음이라 2박 3일에 33,000원을 날리며 빛의 속도로 예약을 했다.

 

화도 ic는 우리 집 앞이라 평일과 주말 고속도로 상황이 어떤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6시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옆사이트에 오신 분이 남양주 진건에서 오셨는데 화도 ic 통과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6시에 출발하여 동홍천에 도착하니 7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대관령으로 향하지만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다.

하조대 해수욕장 한바퀴를 돌고, 몇 년 전에 갔던 죽도암을 한 바퀴 돌았는데 그새 많이 변했다.

깨끗하고 편안한 데크길을 걸으며 동해바다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음은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10시 30분에 대관령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어야 사이트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2주 전 보다 활짝 핀 산수국이 얼마나 이쁘고 반가운지.

제주혼인지에 있는 수국의 색상이다.  보고 싶었던 수국을 여기에서 다른 종류로 만나는 기쁨도 크다.

 

 지난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텐트에서 잠자는 것이 체질인 우리는 때묻지 않은공기와 산새들의 합창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이했다.

발이 시원찮아 힘들어 하는 남편이 이번엔 나를 따라서 대통령쉼터까지 가겠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전날오후에 답사한 국유림 소나무숲을 산책하기로 했다.

소나무숲을 산책한 후 영상예배를 드리고 혼자 대관령옛길을 걸으리란 계획으로...

 

국유림 소나무숲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작아 대관령옛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이쁘게 조성된 데크길은 금세 끝이나고 오밀조밀한 대관령옛길이 오붓하게 이어져 있어서 멈출 수가 없다.

아침식사도 하지 않은채 대관령옛길을 따라 걷는데 갑자기 속이 쥐어뜯듯이 아프고 설사가 쏟아질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가 없어 맑게 흐르는 계곡물과 청량한 바람과 푸르른 나뭇잎의 환대를 받으며 걸었다.

발이 아파서 절뚝이는 남편이 신경쓰였는데 괜찮다고 하면서도 그만 갔으면 하는 표정으로 따라온다.

바위가 많아서 미끄러울까 조심스럽고, 오르막이 있으면 발과 다리가 아플까봐 신경 쓰이고, 내리막을 맞이하면 온전치 못한 발로 미끄러질까 걱정이지만 이 길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한참을 걷다보니 주막터가 나오는데 관리인이 있어서 깨끗하고 예뻐 짐을 풀고 막걸리 한 사발과 감자전 하나로 모든 걸 놔 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리 봐도 대관령소나무숲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질 않아 관리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관리인보다 등산하시는 분이 먼저 나타나 길을 가르쳐 주신다.

안내판에 나타난 지도에 대통령쉼터로 가는 방향표시가 빠졌는데 수정해 주셨으면 좋겠다.

 

대관령옛길은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신사임당이 율곡의 손을 잡고 친청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넘었던 길고 길었을 길,

율곡의 친구 송강 정철이 이 길을 걸으며 관동별곡을 쓰고, 김홍도는 이 길 중턱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기회가 닿으면 길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아침도 굶고 배탈도 나고, 손에든 물병에 든 물은 이미 바닥이 났고, 잊을만하면 누군가 뱃속을 쥐어뜯는 듯한 고통이 엄습하고... 발이 불편한 남편은 발을 끌다시피 산을 오르고 내리고... 그만치 인상은 구겨지고 얼굴색은 변한다.

주막터에서 대통령쉼터까지 1km의 길이 왜그리 멀고도 힘겨웠던지.

 

풍욕대의 멋진 모습을 남편에게 선사해도 별 감동이 없다.

걷느라 지친 몸과 마음 탓도 있을테지만 때론 멋진 풍경이 모든 걸 잊게 해 준다는 사실도 통하지 않은걸 보니 늙어서일까,

마음 어느 자리에도 여유가 없는 것일까?

아침도 먹지 못하고 아픈 발로 6킬로미터를 걸어야 했던 나에 대한 분노와 응징일까.

 

자리에 돌아와 3부예배를 영상으로 드리고, 청빙목사님의 설교인  천동원목사님의 설교까지 들으며 예배를 마무리하고 짐을 챙겨 집으로 오는 길엔 여전히 고속도로는 꽉꽉 막히고 갇힌 사람들은 지루한 표정이다.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의 낯선 강원도의 굽이굽이를 돌아오는 남편은 초긴장이지만 아침에 누룽지 한 공기가 들어간 빈 속인 나는  배는 아프고 기운은 없고... 죽은 듯이 잠만 자다가 깨어보니 화도 ic 앞이다.

 

대관령옛길,

기회되면 꼭 걸어보세요^^

 

*주막터를 지나 200미터 정도 올라가면 대통령쉼터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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