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7여전도회 야유회

여디디아 2023. 6. 7. 13:22

 

 

돼지띠

 

쥐띠
소띠
환갑
숙민권사네 보리수나무아래
잣향기푸른숲 사방댐
윤성희권사와..
오수영집사  박순열 권사

연둣빛이 짙어져 초록으로 변하고 초록이 지쳐 단풍이 되기 전에 우리는 떠나야 했다.

한시라도 빨리, 여름비가 내려 초록이 무거워지기 전에, 무거운 잎이 우리 마음에 덜컹거리는 돌덩이를 매달기 전에 어딘가로 내달아 속엣 것들을 내놓아야 하고 가득한 웃음을 터뜨려야 하고 피식거리는 불만을 내동댕이쳐야 했다.

나만이 아니라 또래의 여자들의 마음이 그러했기에 7여전도회원들의 소풍이 공지되던 날부터 여기저기 손이 올라오기 시작했나 보다. 혹시 나만 떼어놓고 갈세라, 월례회 중에 형임이에게 회비를 부탁하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

 

현충일,

전날부터 현충일 오전 10시에 울리는 사이렌에 맞추어 묵념을 올리라는 소리가 요란하다.

청년시절, 현충일에 무슨 야유회냐며 호통을 치시던 장로님들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 어쩌랴.

여자라고해서 집안에서 살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생활에, 살림에, 손주까지 돌보느라 평생을 헌신하느라 나를 돌볼 겨를이 없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 아닌가 말이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을 기리는 마음을 짧은 순간 기억하며 우리는 오늘을 즐겨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8시가 되자 평내호평역에 옷색상만 봐도 누구인지, 들고 오는 가방만으로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회원들과, 아무리 봐도 도무지 누구인지 모를 회원들이 속속 모여든다.  몇십 년이 된 회원들과 몇 개월이 된 회원까지, 오늘은 누구이든 반가울 뿐이다. 평내호평역에서 출발한 전철이 청평역에 닿을 때까지, "어쩌면 얼굴에 주름 하나 없다" "너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니다"라는 말이 주거니 받거니....."우리 아들이, 우리 딸이, 며느리가.. 사위가.. 손자가, 손녀가..." 몇 마디 오가는 사이에 청평역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이 우릴 기다린다. 기사를 자청한 양집사님과 문권사님 동생, 이재섭집사님과 이장호집사님이 귀한 시간을 흔쾌히 허락하심이 감사할 뿐이다.

 

가평잣향기 푸른 숲은 몇 번 다녀간 곳이다. 잣나무가 울울창창하게 하늘을 향하고 나뭇가지 위로 청설모가 오르내리고 쌓인 낙엽 위로 다람쥐가 우리를 반긴다. 걷기에 자신만만한 7명은 숲 한 바퀴를 돌고, 시간에 따라 적당한 운동을 하겠다는 팀은 갖가지 체험을 하고 사진촬영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다리가 아픕니다, 연약합니다 팀은 오로지 촬영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ㅎㅎ

여기까지 와서 운동을 하겠다는 걷기팀은 내가 준비한 아이스커피와 토마토, 현숙이가 준비한 파프리카와 전위진권사가 준비한 사과를 먹으며 음이온이 풍부한 잣향기 푸른 숲을 온전히 한 바퀴 돌았다. 두 시간을 걸으며 마음속 깊이 저장해 둔 묵힌 이야기도 꺼냄으로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되니 감사할 일이다. 우리는 모두 조금 외롭고 조금 서럽고 또 그만큼 행복하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와 함께 차 한잔을 마시고 기도제목을 나누며 은밀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이런 자리가 필요한 것이리라.

 

뿌리家에서 두부전골과 도토리묵과 감자전을 먹고 숙민권사네서 커피와 과일과 게임을 하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몇 번 가본 곳이지만 갈 때마다 이쁘고 멋지다.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집안 곳곳에서 부지런하고 살뜰한 부부의 마음이 그대로 보인다. 케이크에서 키친타월까지, 김흥란권사의 마음에서 준비한 주방타월의 세심함과 작은 선물의 완성까지, 임원들의 헌신과 수고가 있었기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이 감사하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함께 기도하며, 함께 위로하며, 서로를 세워가는 여전도회원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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