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179

붉은오름

사려니숲과 등을 맞대고 있는 붉은 오름이다. 368개의 오름이 각각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처음엔 올레길에 미쳐서 제주도를 들락거리다 다랑쉬오름을 오른 후 오름에 빠졌다. 제주도엘 가면 유명 관광지나 박물관이나 잠수함이나 뭐 그런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붉은오름은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이라고 검색해야 한다. 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하니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휴양림은 입구에서부터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어르신들이 다닐 수 있는 길과 어린이가 걸을 수 있는 길,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오를 수 있는 오름이 있어서 누구나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 붉은오름에 도착을 하니 내 입이 헤벌쭉해진다. 안 돌 밧돌 오름을 참은 내 기분을 맞춰주려고 서방도 씩씩한 척, 즐거운 척, 힘이 안 드는 척을 하는가 하면, 오름..

기행문 2021.03.04

제주 안녕, 전복과 라마다시티호텔

교래칼국수를 먹고 비자림으로 향했다. "나랑 오면 한라산이나 남벽분기점 같은 힘든 곳으로 가고, 청안 이씨들이 오면 비자림이니 마라도니 편안한 곳으로만 가고..."라며 툴툴대던 서방이 생각나서 이번엔 남벽도 포기하고 편안한 여행을 하기로 착한 내가 마음 먹었는데... 점심시간 후 비자림을 갔더니 '코로나로 인해 한정된 시간만 입장한다' 며 오늘 입장은 끝났다는 소식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희연 동굴카페로 네비에게 부탁을 했는데 엉뚱한 곳에 데려놓는다. 다시 검색하고 다시 검색하고 또다시 검색해도 여전히 엉뚱한 곳이라 오름을 참은 내 속을 다시 뒤집는다. 오후를 포기하고 일찍 호텔로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이른 저녁식사를 위해 나섰다. 미리 검색하고 간 안녕, 전복은 호텔에서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고 ..

기행문 2021.03.04

거슨세미오름

송구영신예배라고 하지만 모일 수가 없어서 영상예배로 드렸던 2021년 1월 1일 첫 시간, 예배시간이 되기까지 졸려서 '예배를 드릴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예배를 마치자 잠이 싹~ 달아나고 말았다. 올해부터 받게 되는 국민연금, 270번을 부었지만 받는 돈은 푼돈이고 누군가에겐 껌 값이다. 그렇더라도 오래도록 부은 국민연금을 받을 생각을 하니 설렌다. 시어머니로부터 여자 생일이 1월이라고, 끝에 8자가 들었다고 몇 번이나 듣기 싫은 소리를 들었지만 1월 생일이 이렇게 좋은 날이 올진 나도 몰랐고 나를 있게 해 주신 엄마 아버지도 모르셨을 것이다. 새 달력을 보니 생일이 3월 1일, 내 생일이라고 온 국민이 공휴일로 정해서 쉴 수 있다니 어쩌자고 또 반갑다. 이런 의미 있는 날을 그냥 보내면 섭섭하고 세금..

기행문 2021.03.03

북한강자전거길 (가평역~굴봉산역)

설이라고 하지만 가족이 모일 수 없는 설은 허전하고 쓸쓸하다. 지유네가 와서 하룻밤을 지내고 늦은 아점을 먹은 후 금남리 아쿠아 룸카페에 들렀다가 친정으로 간다고 떠난 자리엔 알 수 없는 빈 울음이 나를 울컥하게 한다. 쉬겠다는 서방을 둔채 혼자 백봉산을 향했는데 몇 년을 지나면서 가보지 않았던 낯선 길을 따라갔다. 고래산 누리길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갔더니 멀지도 않고 길도 험하지 않아서 좋다. 수리재 너머란 목적지에 도착하니 가끔 자동차를 타고 지나던 고개 앞이다. 서늘한 설을 보내고 다음날, 어제 등산으로 인해 다리가 뻐근하여 상천에서 가평은 10킬로 이상이라 다음으로 미루고 가평에서 굴봉산역으로 걷기로 했다. 마석역에서 탑승한 전철은 25분 후 가평역에 우리를 내려준다. 가평역에서 내리니 역시 자전..

기행문 2021.02.15

북한강 자전거길(청평역~상천역)

경춘국도 자전거도로는 북한강 자전거길이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이렇게 잘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제주올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올레꾼들이 안심하고 제주도를 걸을 수 있도록 해놓은 것처럼 자전거도로 역시 라이더들이 안심하고 달릴 수 있도록 신호체계와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다. 주말이지만 코로나 탓인지 라이더들이 별로 많지가 않아서 자전거길이 빛을 잃은 듯하다. 지난주에 대성리에서 청평까지 걸었으니 이번 주엔 청평에서 상천역까지 걷기로 했다. 청평과 상천 그리고 춘천까지는 평소에 자주 드나드는 길이어서 큰길과는 떨어져 있지만 어디쯤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어서 낯설지가 않다. 청평에서 상천까지는 6.1km 청평에서 시작할 때 자전거길 안내표지가 없어서 당황했고, 스스로 찾아보기보다는 묻는 걸 좋아하..

기행문 2021.02.08

한라산을 가다

백록담 속밭 대피소 코로나 19는 나를 지치게 만들고, 포기하게 만들고, 단념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24시간 같이 지내는 서방과의 사이도 한계를 느껴 숨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함과 쳐다보면 짜증스럽고 말소리도 소음으로 들리기 시작한 지가 좀 되었다.. 10월 중순에 만난 친구들과 제주도엘 가자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예매를 하고 한라산을 찍었다. 한라산을 오른다는 생각으로 열흘간의 시간은 스트레스 대신 설렘으로 바뀌었고, 순간처럼 다가온 20일은 가을볕처럼 따사롭다. 첫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남양주에서 공항 첫 버스가 위태롭고, 다음 비행기를 타기엔 만원 한 장을 얹어야 하는 것이 몹시도 아깝게 느껴진다. 결국은 서방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으니 아무래도 나와 마찬가지로 긴긴 시간들이 답답하고 갑갑하여 숨..

기행문 2020.10.26

박두진문학길

코로나 19로 인해서 그동안 못한 여행과 캠핑을 마음껏 즐겼는데 슬슬 마무리할 때이다.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로 둘레길이 좋은 곳을 헤집고 다녔으니 이젠 서방을 위해 낚시터에 한 번쯤 가~주는 것으로 긴 캠핑과 여행의 뿌듯함을 안겨줄 때란 것을 나의 인격이 알고 양심이 알고, 성격이 알고, 지식이 알고, 예의가 알고, 신앙이 알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통밥'이라는 것이다. (통밥 한 단어만 쓰면 될 것을 잘난 척 하기는!!! 약이 없다). 그리하여 떠난 곳이 몇 년 전에 가서 토종붕어로 재미를 보았던 안성에 있는 회암지였다. 회암지로 정하고 이를 잡듯이, 쥐를 잡듯이 인터넷을 뒤져 박두진 문학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10 단위의 숫자 덧셈과 뺄셈을 아직도 더듬거리는 내가 어쩌자..

기행문 2020.04.28

홍성 죽도둘레길

여행이란 것을 평생 처음 하듯이 주말이면 인터넷을 뒤지느라 정신이 없는 날도 이제 끝이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추어 부활절 예배도 듬성듬성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부목사님과 전도사님들이 체온을 체크하고 이름을 씀으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느라 노심초사였다. 부활절 예배를 지나고 3부로 나누어서 온라인 오프라인 예배를 드리는데 4월 말까지는 온라인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영숙이가 남당항 새조개축제기간이니 가서 새조개나 먹고 오라는 말에 홍성 남당항으로 결정하고, 남당항에서 가까운 상황 오토캠핑장을 예약했다. 지난번 다녀온 예당저수지와 거리가 비슷한 곳이어서 두번째 길이라 어느새 반갑고 편안한 길을 나섰다. 상황 오토캠핑장에 도착을 하니 개인이 하는 것이어서 관리인이 친절하게 맞이하..

기행문 202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