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안돌밧돌오름 /비밀의숲

여디디아 2021. 4. 9. 18:02

안돌오름으로 향하는 길
촬영하는 재빈
안돌과 밧돌을 잇는 보리밭(보리가 아니어라~)
안돌오름에서 밧돌오름 가는 길
내 세상이야^^
안돌오름 입구

 

안돌오름 입구

 

오름 정상에서 본 동서남북

 

제주도에는 알려진 오름만 368개라고 한다.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콕콕 찍어서 가보고 싶은 오름이 있다. 

오름의 작가 선정 씨 영향이다.

오름을 소개하는 글을 보고 사진을 보면서 꼭 가고 싶은 오름을 마음이 먼저 찜한다.

 

안돌 오름과 밧돌 오름은 작가가 적극 추천하는 오름이기도하고 혼자 가는 것보다 친구랑 가서 아름다움을 나누라는 글을 보고 누군가와 같이 가고 싶은 오름을 저장해 놓기도 했다.

지난번 서방과 왔을 때 가고 싶었는데 맞은편 거슨세미오름 둘레길을 먼저 탐방하면서 주특기인 길을 잃음으로 더 이상 권유하지 못한 채 끙끙 앓던 곳이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1박 2일을 알차게 보내려는 마음에 안돌밧돌을 탐방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함덕해수욕장과 서우봉의 유채꽃, 델문도의 커피를 마시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밤 재빈이가 친구를 만나고 왔으니 아무래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선에게 양해를 구하고 8일 아침에 서우봉을 포기했다.

 

라마다 시티 호텔의 조식은 일류 호텔의 조식에 비해 형편없었던 것이 생각나지만 아침부터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호텔 조식을 택했다. 

민경 모녀는 비빔밥으로 식사를 하고  선과 나는 빵과 샐러드로 식사를 했다.

시원찮은 식사가 미안한 내 마음을 꿰뚫은 선이 가성비 갑이라며, 이 정도의 아침은 훌륭하다고 나를 위로한다.

편치 않은 나를 위로해주니 고맙고 위로가 되어 왠지 모를 빚진 마음이 내려간다.

 

제주도가 집인 재빈이 베프 현정이가 기사를 자청하며 호텔로 왔다.

재빈이는 친구를 만나서 좋고, 우리는 젊은 청년이 둘이나 되니 든든하고 즐거워진다.

 

비밀의 숲이 요즘 청년들에게 핫한 장소이다.

사유지라 1인당 2000원씩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데 다섯 명이라 재빈이와 현정이와 따로 팀을 이루었다.

비밀의 숲을 돌아 목적지인 안돌밧돌에 오르려니 소녀들이 보이질 않는다.

역시 선생님 출신이라 청년들의 마음을 꿰고 있는 선이 '자유롭게 두고 주차장에서 만나게 하자'는 말에 민경이와 나는 절대 생각하지 못할 선택을 하는 선에게 인생의 단면 하나를 또 배운다.

 

안돌 오름을 오르는 길은 녹록하지 않다.

앞에서 민경이가 씩씩하게 오르고 뒤에서 선이 잔잔하게 오르는데, 가운데서 걷는 나는 연신 컥컥거린다.

잠깐의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사방으로 눈이 트인다.

별로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어느 한 곳 막힘없이 제주도의 형체를 보여준다.

군데군데 솟아있는 오름을 바라보지만 이름을 알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욕심은 컥컥거리는 육신을 앞지른다.

 

안돌 오름에서 밧돌 오름으로 가는 중간에 파랗게 물결을 이루는 것이 보리일 것이라는 확신은 어느 순간 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보리도 아니고 밀도 아닌 들풀이 바람결에 흰 꽃을 이루며 흔들리고 있다.  

파란 밭을 지나 밧돌 오름에 오르니 여전히 사방은 아름답고 경건하여 자연 앞에서 사람이 겸손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가고 싶었던 안돌 오름과 밧돌 오름을 다녀오니 내 인생에서 또 한 가지 숙제를 했다는 마음이다.

이런 아름답고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음에,  마음이 잇고, 말이 이어지는 좋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도 가끔 떠오르는 일이 순간순간 머뭇거리게 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다시 시작할 날들의 나에게 소망과 기대와 설렘을 주리라 확신한다.    

 

딸의 결혼을 앞둔 선, 오랜 시간 온 마음을 다했던 직장을 내려놓은 민경, 임용고시를 앞두고 사랑과 정성으로 어린이를 가르치겠다는 재빈과 현정이의 다짐이 단단해져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본다.

 

여행은 즐겁고 행복하다.

 

참, 새벽 4시에 김포공항까지 태워주는 서방이 참 든든하고 고맙다는 마음이 든 것은 처음이다.

나도 늙었다는 건가? 

에이~~ 

'기행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곤지암리조트 화담숲  (0) 2021.05.31
호미곶  (0) 2021.04.20
생이기정길  (0) 2021.04.09
박수기정  (0) 2021.03.04
붉은오름  (0) 2021.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