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생이기정길

여디디아 2021. 4. 9. 16:29

당산봉 입구에 있는 섬풍경펜션.. 여기서 시작이다

 

펜션뒤로 안내판이 있다  
당산봉 입구
초록초록한 제주도
당산봉에서 바라본 수월봉

 

당산봉 전망대
생이기정길 시작
눈이 부시게 이쁜 제주바다
차귀도가 눈앞에 보인다

 

차귀도를 배경으로 찍고~~
송악산둘레길
더워도 참아야지... 점퍼는 왜 벗어?? 
송악산 주차장 스타벅스에서 재빈이가 빅사이즈 커피 대접

 

 

봄꽃이 피어나는 속도에 맞추어 움츠린 것 같았던 코로나도 고개를 쳐든다.

제주도를 오가며 이용했던 진에어에서 포인트가 쌓여 12일까지 이용하지 않으면 점수가 줄어드는 사실을 핑계로 다시 제주행 티켓을 끊고 코와 입을 쑤셔 코로나 검사를 했다.

 

선집사와 민경이와 문정은집사가 함께하기로 약속을 하고, 티켓을 예약하고 렌터카를 예약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을 하늘에 예약하며 하루하루를 기다렸는데,

살아가는 일이 계획표대로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겠나마는 비틀어지고 구겨지고 헝클어지는 것이 인생살이의 모습이다.

함께하기로 약속한 세명이 맏며느리이고, 그에따른 책임감과 의무감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신뢰를 쌓게 함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었는데  문집사가 변명할 수 없는 이유를 퍼부으며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애걸하는 바람에 얼음이 깨지듯이 쨍~하고 금이갔다는...

 

민경이가 대책을 세우며 급히 딸 재빈이를 소환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재빈이와 14년간의 직장생활을 한달 전에 마무리한 엄마가 함께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과 이번 일에 일말의 책임도 느끼게 되어 문집사 대신 재빈이가 동행하게 되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평내동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긴다는 것에 대한 데모가 이어지고, 어쩌자고 간판 작업이 세 개나 걸려 있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지만 이미 하늘로 날아오른 마음은 접을 수가 없다.

 

7일 새벽, 4시에 출발한 우리집 새 차는 평내에서 선을 태우고 도농리 모녀를 태우기 위해 달렸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어진 시간, 서방의 전화로 아내와 딸의 여행을 위한 장로님의 전화가 고마움을 담았다.

재승이가 갈 때는 새벽녘에 길 위까지 배웅을 하더니 딸의 여행은 전화로 때운다고 재빈이를 놀렸지만

"재승이는 아무도 못당해요"라는 말에 동생을 사랑하는 누나의 이쁜 마음이 봄꽃처럼 번진다. 

 

벼루던 생이기정길은 당산봉에서부터 출발이다.

네비에 당산봉을 입력했더니 당산봉 뒷동네에 우리를 안내하고 어쩔 수 없이 '오름 오름'을 쓴 작가 박선정 씨의 도움을 받는다.

3분 거리의 섬 풍경 펜션에 주차를 하고 이어지는 당산봉 탐방로에 들어서니 제주도는 이미 봄을 지나 여름에 닿아 있다. 

고사리는 몸을 펼쳐서 꽃을 피우고 부챗살 같은 잎을 펼치고 나뭇잎은 제주도의 바닷바람에 유영한다.

 

당산봉은 거리가 짧아서 산책하기에 부담이 없고 전망대로 향하니 동서남북 어디로든 제주도의 풍경이 그림처럼 보여 마음을 들뜨게 하고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당산봉을 돌아 벼루던 생이기정길로 들어서니 다른 세상이 우리를 기다린다.

 

쪽빛의 바닷물, 맑고 투명하여 바닷속의 모래까지 셀 수 있을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바닷물을 보며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아름다움에 말문이 막힌다.

지난번 비가 내리던 날에 생이기정 보다 박수기정을 가라던 선정씨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용수리까지 이어지는 생이기정길에 서서 바라보니 수월봉과 차귀도가 자태를 드러낸다.

간간이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지, 자연을 통한 만족함이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깨닫게 된다.

 

생이기정길을 지나 점심식사를 한 후 송악산 둘레길을 걸었다.

생이기정길에 대한 여운은 송악산 둘레길의 아름다움을 격감하게 하여 감탄사가 들리질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조급함에 일일이 좋으냐고 묻고 있는 나를 보는 내가 낯설다.

 

생이기정길과 송악산을 돌았는데 이미 2만 보가 넘었지만 해는 중천에 걸렸고 우리네 다리는 아직도 성성하다 못해 근질거린다. 숙소로 가기에 아까운 마음에 가까운 화순 생태숲을 향했다.

제주도 곶자왈의 비밀을 알게 해주고 싶었고, 살아 있는 모든 식물의 은밀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화순곶자왈의 이끼와 이끼위에서 기생하는 식물, 나무를 휘두르며 살아가는 넝쿨식물, 희귀한 나무들과 잣담을 바라보며  바다와 다른 신비에 잠시 침묵하던 감탄사를 다시 꺼낸다.

 

'똑똑한 사람이 길치'라는 이상한 말을 만들어 낸 것은 화순곶자왈에서 길을 못찾아 두 바퀴를 돌고도 헤매었다는 사실이다.

화순곶자왈을 뒤로하고 제주시내에 있는 안녕, 전복으로 가 사장님게 '내가 왔노라' 생색을 내본다.

반갑게 맞이하는 사장님이 준비한 전복활어비빔밥과 전복죽은 꿀맛이다.

이런 전복죽은 처음이라는 말이 계획한 내 마음을 안심시킨다.

 

제주도의 아쉬운 밤은 서울시장의 투표결과에 기대고, 청춘인 재빈이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밤마실을 나감으로 설레던 봄나들이에 또 다른 설렘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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