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거슨세미오름

여디디아 2021. 3. 3. 16:20

세현이가 준비한 샌드위치 

 

교래칼국수 꿩메밀국수

 

 

송구영신예배라고 하지만 모일 수가 없어서 영상예배로 드렸던 2021년 1월 1일 첫 시간,

예배시간이 되기까지 졸려서 '예배를 드릴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예배를 마치자 잠이 싹~ 달아나고 말았다.

 

올해부터 받게 되는 국민연금,

270번을 부었지만 받는 돈은 푼돈이고 누군가에겐 껌 값이다.

그렇더라도 오래도록 부은 국민연금을 받을 생각을 하니 설렌다.  

시어머니로부터 여자 생일이 1월이라고, 끝에 8자가 들었다고 몇 번이나 듣기 싫은 소리를 들었지만 1월 생일이 이렇게 좋은 날이 올진 나도 몰랐고 나를 있게 해 주신 엄마 아버지도 모르셨을 것이다.

 

새 달력을 보니 생일이 3월 1일,

내 생일이라고 온 국민이 공휴일로 정해서 쉴 수 있다니 어쩌자고 또 반갑다.

이런 의미 있는 날을 그냥 보내면 섭섭하고 세금 낼 일이다.

해서,

송구영신예배를 마치고 전화기에서 진에어를 찾아 제주도 2박 3일을 예약했다.

 

혼자서 제주도 여행이라니..

마음 편히 쓰고 먹고 자고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나 2월 27~3월 1일 제주도로 여행한다"라고 하니 서방이 실쭉해진다.

"혼자서? 같이 가자"라고 하는 모습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갑자기 측은지심이 느껴져 서방 것도 예약하고 마는 실수를 저질렀다.

 

몇 년 전, 한라산을 오를 때 둘 다 결심하고 다짐하고 맹세했다.

'다시는 너란 인간이랑 제주도 안 온다.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성을 간다'를 곱씹으며 절대로 같이 오지 않기로 맹세한 사이가 아니었나 말이다.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 당연히 혼자 가려고 했는데... 암튼 후회했다.

 

코로나로 인해 김포공항 가는 버스가 줄었다.

새벽에 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26일 밤에 세현이네서 묵기로 하고 금요일 퇴근 후 세현 네로 갔다.

아들은 그렇다 치고 며느리가 불편할 것 같아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데 선이가 반갑게 맞이한다.

누구보다 놀란 지유가 뜻밖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신이 났다.

 

새벽에 일어나니 세현이와 선이가 샌드위치와 두유 그리고 커피를 준비해준다.

"우리가 집에 갈 때마다 엄마가 브런치로 차려 주었으니 이번엔 우리가 할 차례"라는 말을 들으니 감동이다.

아이들이 집으로 올 때면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으로 카페에서 먹는 듯 브런치를 준비해 두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세현이가 김포공항까지 태워다 주어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제주도에 도착했다.

 

1월에 예약을 하면서 렌터카는 미루었다가 잊었고, 코앞에 다가와서 큰 코 다쳤다.

롯데 렌터카에 전화했더니 차가 없어서 쿱차라는 '제주로' 렌터카에서 예약을 했다.

아반떼는 쿨쿨거렸고 네비는 껐다켜졌다를 반복하면서 인내심의 한계를 맛보게 했다.

 

거슨세미오름과 안돌 밧돌오름을 목표로 출발했는데 엉뚱한 곳에다 자꾸 데려다 놓아 성질을 돋웠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서야 주소를 입력하니 요즘 핫한 비밀의 숲 앞에 데려다 놓는다.

 

거슨세미오름을 거쳐 안돌과 밧돌을 차례로 오르기로 했는데 거슨세미오름에서 길이 헷갈렸나 보다.

두 시간 반을 돌아오니 서방의 얼굴이 흙빛이고 배가 고프고 다리가 아프다며 속을 뒤집는다.

'이래서 혼자 왔어야 했는데.. 어차피 왔으니 팔자려니... 이담에 혼자 와서 다녀야지...'라며 스스로 위로하지만 생각과 달리 감정은 치솟은 오름처럼 치솟고 오름의 분화구처럼 나를 가라앉히려니 나도 모르게 늙어간다.

 

거슨세미 오름의 둘레길엔 이미 봄이 시작되었고, 아니 제주도에는 겨울이 없는가 싶을만치 잎이 파랗고 새순은 나풀거리며 이미 온 봄을 즐긴다.

 

삼나무길을 지나고 나란히 서 있는 나무들을 지나니 오르막이 기다리고 다시 오르막을 지나니 거슨세미 정상이 나타난다.  길을 따라서 내려오니 거슨 샘이 웅덩이처럼 나직이 앉았고, 여기가 거슨 샘의 발원지란 푯말이 나붓하다.

"이 길이 맞네, 저 길이 맞네.."라며 인상을 써가며 내려오는 길은 후회만 가득 찬다.

 

거슨세미 오름을 내려와 안돌을 향하는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휘적휘적 걸어가는 서방의 발걸음이 단호하여 아쉬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교래 손칼국수에  도착하여 꿩메밀국수와 메밀야채전을 먹는데, 성가시다는 듯이 무뚝뚝한 직원들이 가져다주는 국수는 맛도 신통치 않다.

제주도에 활기가 가득하려면 모두가 친절해야 하는 것이 우선순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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