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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더라. 굳이 계산하고 싶지도 않고 특별한 의미도 부여하고 싶지 않고.. 축하받을 일도 아니고 오히려 후회할 일만 백봉산처럼 쌓여가는 듯하다. 한집에서 먹고 살기 때문에 부부인가, 가족인가 싶지만 그보다 웬쑤 같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기념일이라는 이름표가 달랑거리는 날이 또 왔다. 이맘때는 속초에 가서 좋아하는 회를 실컷 먹고 속초중앙시장엘 들러 사람 구경과 이런저런 먹거리 구경하느라 바빴고 큰맘 먹고 대게도 먹어보는 호사를 누리는 때이기도 하다. 아직 성치 않은 발은 절뚝거리고, 발이 불편해 겨울임에도 슬리퍼를 신고, 하루종일 사무실에 있으면 저녁이면 벼슬이라도 한 듯이 입이 쑥~ 나온다. "발이 부었네, 신발이 안벗겨지네, 다리가 아프네, 뒤꿈치가 아프네" 가능하..

붉은 손가락

붉은 손가락(赤指)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 양윤옥 옮김 추리소설은 한번 손에 들면 궁금해서 끝을 봐야 한다는 애로점이 있다. 특별히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뒷일이 궁금해서이다. 뻔한 이야기, 사실이 아니고 꾸며낸 이야기라는 게 너무나 분명한데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시대가 겪어내어야 할 일들,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한 책임과 의무, 치매가 걸린 부모님을 감당해야 하는 자식의 의무, 자식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부모님을 몰아붙이는 권리, 자기 자식에게는 한없는 포용과 너그러움과 관용을 베푸는 이기, 며느리와 딸의 간극, 마에히라 아키오는 아내 야에코와 아들 나오미와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며느리인 야에코는 시어머니와 대화도 나누지 않고 오로지 ..

독서감상문 2022.12.05

눈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이어령 / 김영사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삶을 반추하고 죽음과 독대하며 써 내려간 내면의 기록 서문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이어령 선생님이 떠나셨다. 그 분의 췌장암 소식은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이겨내시리라 믿었다. 강인한 모습과 어디서도 흔들림 없고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 내게 그런 확신을 줬었다. 새봄이 오는 날, 별세 소식에 뭔가 쿵~하고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슬펐다. 애통하고 애통하고 슬프고 또 슬펐다. 가족 같은 슬픔, 가족 같은 애통함.. 내게 그랬다. 마지막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별세 소식이 전해지고 10년이 지나도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한 편의 짧은 글과 재탕삼탕 한 글이 도배를 한 책이 쏟..

독서감상문 2022.11.30

마음의 주인

마음의 주인 이기주 / 말글터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누리는 삶에 대하여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온전히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마음의 주인으로서... 지난 토요일, 양재진 박사의 강의를 들었다. 강의 중 "마음은 내 몸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나는 서슴없이 가슴을 가리키며, 심장에 마음이 있다고 했다. 여태 그런줄 알았다. 양재진 작사의 말, "제발 마음이 가슴에 있다고 말하지 마세요. 마음은 뇌에 있습니다" 오랜만에 이기주 작가의 산문집을 읽었다. 특별히 마음이 따뜻한 작가이다.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글의 품격을 읽으며 이미 작가의 마음과 생각,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슴푸레 느끼고 있었다. 1부: 마음 心 사람 마음에는 저마다 강이 흐른다 2부 사랑 愛 사랑은 마음의 날씨를 살피는..

독서감상문 2022.11.23

나!! 이런 사람이야~~~

내가 좀 교만했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주변의 거의 모든 이가 고생을 하는데 난 멀쩡했다. 특별히 마스크를 잘 쓴 것도 아니고, 사람을 가려서 만난 것도 아니고 사무실에서 숱한 사람들을 만나는데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나를 피해 가는 줄 알았다. 조카결혼식에서 내 교만함이 꺾였고, 무증상이면 사무실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교만함마저 꺾였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출근을 못하고 교회를 결석한다는 소식을 카톡에 전하자마자 빗발치는 전화, 그리고 문 앞에 놓이는 음식들.. 추어탕과 콩나물국밥, 피자, 오렌지, 사과는 말할 것도 없고 본죽은 전복죽과 호박죽, 팥죽이 날마다 배달되어 왔다. 그뿐인가! 영양제 맞고 일어나라며 현금을 통장에 보내주는 언니, 병원에 데려다주는 동생도 있고, 병원에 직원가로 접수해주는 집사님도 ..

동네북

동네북 박상길 / 바른 북스 본 대로, 겪은 대로, 느낌대로. 블로그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난 듯하다. 그리고 블로그에서 처음 만난 친구가 박상길 작가이다. 나와는 비슷한 점이 많아서 서로를 잘 이해하기도 한다. 아들 둘, 결혼시기, 나이... 흔치 않은 남사친이다. 정년퇴직 후 그동안 모아둔 글을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을 하니 반가울 뿐이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경험했던 아들의 이야기, 고단한 직장의 이야기, 올곧은 성품으로 두 눈을 질끈 감지 못하고, 윗분들께 아부하지 못해 겪어야 했던 고단한 이야기, 바르게 살아도 억울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일상의 이야기, 아내의 말을 들어서 복이 된 일과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시시껄렁하지만 뼈대가 박힌 이야기, 긴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가끔 알고 있었던 터라 심..

독서감상문 2022.11.16

69독

2022.8.30~ 10.22 AM 5:55 성경읽기 69독을 마쳤다. 특별함 없이 그냥 읽었다. 남편은 환자이고 살림과 사무실과 나 자신을 챙기기가 벅차다. 자주 짜증나고, 자주 억울하고, 자주 분노한 날이다. 여유가 없는 날이 나를 지치게 만든다. 코로나가 잠잠해짐과 동시에 사무실은 바쁘다. 바쁘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내 몸을 돌아보기 전, 맡겨진 일을 완수해야 하는 내 성격이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 그래서 남편과 자주 다투기도 했다. 습관처럼, 그렇게 읽었다. 그 또한 은혜이리라 여기며, 헛되지 않기를 기대하며 매달린다.

성경읽기 2022.11.10

코로나

지난 토요일 조카결혼식 다녀온 후 확진되었습니다. 처음엔 몰랐다가 인아와 주현이와 조카 진태의 확진 소식을 들은 후에야 내 몸에도 이상이 있다는 걸 자각 화요일부터 슬슬 아프기 시작하여 수요일에 검사했더니 확진 화요일부터 지금까지 쉽지 않은 아픔이 계속 이어집니다. 어제부터 구토와 머리가 아파서 오늘은 병원에 수액 맞으러 왔는데 30분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2.11.07

유명산자연휴양림

여름과 가을, 남편의 사고로 여행이니 휴가니... 달달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나에게 사치였다는 사실이다. 특히 서방은 병실에서 40일을 누워지냈다(나는 이를 '신선놀음'이라 칭한다). 걸음걸이가 자유롭지 못해 목발을 짚었는데 얼마전부터 목발을 벗고 혼자서 살살 걷기 시작한다. 물론 절뚝거리면서.. 의사선생님은 절대 운동하지 말라고 하니 무리는 금물이다. 여름 내내 낚시도 못 가고 캠핑도 못 간 남편이 캠핑이 고팠나 보다. 나야 말해 뭐하나.. 토요일이 지난 주일엔 에약하기가 쉬워 주일에 예약을 하고, 예배 후 유명산으로 출발했다. 최대한 가볍게 준비를 해서 떠났는데 마침 주차장에서 지역축제를 하는 날이라 가스불도 켜지 않았다. 가평 잣막걸리와 해물파전과 닭꼬치를 먹고 나니 발부터 머리까지 가을이라 물든 단..

철원주상절리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고, 내 입맛은 당기는 계절이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그래서 여행하기엔 안성맞춤인 계절이다. 며칠간 쌀쌀한 날씨가 반팔을 입어야 할지, 긴팔을 입어야 할지, 새벽처럼 패딩을 걸쳐야 옳은지 분간할 수 없어서 며칠 전부터 날씨를 유심히 살폈다. 다행히 밤과 낮의 기온차가 심하고 낮의 기온은 24도로 오르는 날이라고 하니 반팔이 맞는 듯하여 반팔을 준비했다. 결론은 반팔을 걸친 나를 100명이 부러워할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평내새마을금고가 동부새마을금고로 이름이 바뀌어지고 코로나로 인해 3년 동안 꼼짝을 못 하더니 이제야 대의원님을 모시고 나들이를 하겠다고 꼭 참석하라고 통지를 보내왔다. 남양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녀온 한탄강 주상절리, 지난여름에 평내교회 구역장과 권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