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
남편의 사고로 여행이니 휴가니...
달달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나에게 사치였다는 사실이다.
특히 서방은 병실에서 40일을 누워지냈다(나는 이를 '신선놀음'이라 칭한다).
걸음걸이가 자유롭지 못해 목발을 짚었는데 얼마전부터 목발을 벗고 혼자서 살살 걷기 시작한다.
물론 절뚝거리면서.. 의사선생님은 절대 운동하지 말라고 하니 무리는 금물이다.
여름 내내 낚시도 못 가고 캠핑도 못 간 남편이 캠핑이 고팠나 보다. 나야 말해 뭐하나..
토요일이 지난 주일엔 에약하기가 쉬워 주일에 예약을 하고, 예배 후 유명산으로 출발했다.
최대한 가볍게 준비를 해서 떠났는데 마침 주차장에서 지역축제를 하는 날이라 가스불도 켜지 않았다.
가평 잣막걸리와 해물파전과 닭꼬치를 먹고 나니 발부터 머리까지 가을이라 물든 단풍보다 더 붉게 물이 들고
몸은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흔들리고 뒤틀려 자리에서 꼼짝 할 수가 없다.
두어 시간을 붙박이로 앉았다가 불편한 남편을 두고 혼자 습지식물원과 휴양림을 한 바퀴 돌았다.
어느새 곱게 내려앉은 가을이 곱다.
지유와 인아와 함께 물놀이하던 냇가엔 맑은 물이 차갑게 느껴지고, 휘돌아 선 나뭇가지엔 고운 단풍이 눈길을 붙든다.
아이들과 뛰어가던 데크길엔 여전히 다람쥐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제 집인 듯이 돌아다니고 가을꽃들이 눈이 부시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익숙한 보랏빛과 노란색, 각가지의 국화가 나릿나릿한 가을을 일깨우고 지나간 계절 동안 침묵했던 나의 시간을 일깨운다.
축제마당에 들어서니 노래자랑과 노랫가락에 흥겨워 어깨를 들썩거리는 사람들, 온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사람들이 좋다.
양평 선짓국 한 그릇을 사는데 인심 좋으신 아주머니가 코펠 가득하게 담아주시고 어린 배추로 담은 알싸하고 매운 김치를 가득하게 담아주신다.
해장국과 김치 맛이 아줌마의 마음처럼 느껴져 파장하는 시간에 다시 한그릇을 사서 집으로 가져왔다.
유명산은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얇은 전기요를 사용했더니 밤에도 전혀 춥지 않게 따뜻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오랜만에 캠핑장에서 자는 잠,
옆텐트에서 밤이 맟도록 코 고는 소리가 시끄럽기보다는 어쩐지 정답게 여겨지는 건 캠핑에 대한 갈증 탓일까.
10월 18일
물가가 비싸서 이웃사랑부 반찬하기가 신경이 쓰인다.
오랜만에 김치를 담았다.
농민식자재마트에서 배추를 세일한다기에 60포기를 사서 이장호 집사님과 박현숙 집사님께 도움을 부탁해서 막김치를 담았다.
가정마다 넉넉하게 김치를 담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기쁨으로 헌신하는 이웃사랑부원들이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오늘 생일을 맞이한 선집사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샀다.
피자와 샐러드와 파스타와 커피...
맛이라니..
굳이 표현까지???
아무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