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큰언니의 73번째의 생일을 맞이해 근처에 있는 언니와 오빠와 동생이 언니네서 모였다.
예배 후 동생과 함께 고양시에 있는 언니네서 만나 쥐눈이콩을 전문으로 하는 한정식집에서 점심을 먹고 언니네서 뒤풀이로 커피와 케이크 그리고 복숭아와 수박을 나누며 달력을 살피며 울긋불긋한 10월에 눈들이 붙잡혔다.
첫 주가 좋으냐 둘째 주가 좋으냐로 분분하던 의견은 첫째 주로 모아지고, 전라도가 좋으냐 경상도가 좋으냐로 나뉘던 의견은 운전할 차량과 기사가 만만한 경상도로 결정하는데 만장일치의 결과를 보았다.
육촌 오빠인 이진월 오빠는 작은오빠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이기도 하고, 유난히 친척들과의 관계가 끈끈한 청안이 씨는 부탁을 하면 만사를 뿌리치고 달려오는 인간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진월오빠에게 차량과 기사를 맡기기로 우리끼리 이미 정하고 말았다.
후에 오빠가 연락을 했고 당연한 결과가 왔다.
10월 1일, 서울역에서 출발한 ktx는 11시가 되기도 전에 포항역에 우리를 내려놓고, 미리 대기한 육촌 오빠와 대기 중인 차량이 우리를 낚아채듯이 차로 끌어들인다.
이번 여행은 경주와 포항, 울산을 수학여행하듯이 여행하기로 했는데,
요즘 남편 병시중에 사무실과 살림살이로 피곤한 내가 삶에 지쳐있는 이유를 들어 계획표를 무시하고 무조건 편안한 여행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점심식사 후 숲을 돌며 준비해온 간식을 먹으며 오랜만에 고향의 공기와 나무와 하늘과 가을꽃을 바라보며 생각을 버리고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참았던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를 통과하고 산자락에 있는 경상북도 수목원에 들어가니 가을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직 여름인줄 알았는데 높은 산에 오르니 이미 가을이 나뭇가지에 걸렸고, 오랜만에 보는 으름이 입을 벌려 관리인 모르게 손을 타게 만든다.
안강에서 살고 있는 육촌 오빠는 모든 사람이 이웃이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걸거나 일을 하는 이들에게 거들어줌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옛날 어른들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고 여기가 고향임을 깨닫게 한다.
앉으나 서나 들려오는 익숙한 사투리,
맞다
이곳이 나의 고향이다.
오랜만에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