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철원주상절리

여디디아 2022. 10. 14. 11:30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고, 내 입맛은 당기는 계절이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그래서 여행하기엔 안성맞춤인 계절이다.

며칠간 쌀쌀한 날씨가 반팔을 입어야 할지, 긴팔을 입어야 할지, 새벽처럼 패딩을 걸쳐야 옳은지 분간할 수 없어서 며칠 전부터 날씨를 유심히 살폈다.

다행히 밤과 낮의 기온차가 심하고 낮의 기온은 24도로 오르는 날이라고 하니 반팔이 맞는 듯하여 반팔을 준비했다.

결론은 반팔을 걸친 나를 100명이 부러워할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평내새마을금고가 동부새마을금고로 이름이 바뀌어지고 코로나로 인해 3년 동안 꼼짝을 못 하더니 이제야 대의원님을 모시고 나들이를 하겠다고 꼭 참석하라고 통지를 보내왔다.

남양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녀온 한탄강 주상절리, 지난여름에 평내교회 구역장과 권찰들이 주상절리를 구경하고 한우를 드셨다는 코스를 간다는 것은, 이사장님이신 최장로 님의 선택인 것 같다.

 

대의원들을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주상절리에 도착하니 주중인데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데크로 시작한 길이 출렁다리가 놓여진 곳에 이르자 누군가 내 발목을 붙잡는 것 같아서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심장이 얼어붙는 듯 하고 가슴이 벌렁거리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뱃속에 철판이 깔린 듯 빳빳한 무언가가 뱃속에 세워진 느낌이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곧 주저앉을 것만 같다.

선집사는 좋다고 팔짝팔짝 뛰어가는데 나는 아래로 흐르는 강물에 빠질 것만 같다. 

현기증이 일어나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산기슭을 향하여 매어진 밧줄을 팔이 아프도록 움켜잡으니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를 알고 있는 필희가 와서 부축을 하고 최장로 님이 오셔서 깜짝 놀라며 부축을 하신다.

"강한 줄 알았는데 이런 쪼다인 줄 몰랐네" 라며 깜짝 놀라신다.

1시간을 걷는내내 멀미를 하는 듯이 어지럽고 힘이 들어서 경치는커녕 후들거리는 몸과 마음을 간신히 버티며 걸었다.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데크길이 나오고, 그제서야 씩씩하게 걸을 수 있었다. 휴~~   

 

예약한 한우는 아낌없는 마음으로 실컷 먹었다. 내 돈 내산으로는 먹을 수 없는 양을 먹고 된장찌개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니 오후 내내 만삭된 여인처럼 부른 배를 안고 다닐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고석정 꽃밭에서  노랗고 빨간우산을 빌려주어서 평소 우산을 좋아하는 나는 신이 나서 우산을 들고 폼을 잡았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만발한 꽃밭에서 꽃을 구경하자니 어쩐지 내 마음속에서도 꽃이 환하게 피어나는 듯하다.

꽃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꽃처럼 이뻐지는 마음이라 부끄러움마저 없어진다.

 

환한 가을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멋진 곳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춘천 닭갈비 세트까지 선물로 받아오니 행복조차 덤으로 하나 더 따라왔다..  

'내모습이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이런 사람이야~~~  (12) 2022.11.23
유명산자연휴양림  (8) 2022.10.21
경주 포항 울산  (14) 2022.10.05
다온뜰  (9) 2022.10.05
이웃사랑부  (19) 202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