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결혼기념일

여디디아 2022. 12. 12. 13:28

엘리시안강촌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더라.

굳이 계산하고 싶지도 않고 특별한 의미도 부여하고 싶지 않고..

축하받을 일도 아니고 오히려 후회할 일만 백봉산처럼 쌓여가는 듯하다.

한집에서 먹고 살기 때문에 부부인가, 가족인가 싶지만 그보다 웬쑤 같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기념일이라는 이름표가 달랑거리는 날이 또 왔다.

 

이맘때는 속초에 가서 좋아하는 회를 실컷 먹고 속초중앙시장엘 들러 사람 구경과 이런저런 먹거리 구경하느라 바빴고 

큰맘 먹고 대게도 먹어보는 호사를 누리는 때이기도 하다.

아직 성치 않은 발은 절뚝거리고, 발이 불편해 겨울임에도 슬리퍼를 신고, 하루종일 사무실에 있으면 저녁이면 벼슬이라도 한 듯이 입이 쑥~ 나온다.

"발이 부었네, 신발이 안벗겨지네, 다리가 아프네, 뒤꿈치가 아프네"

가능하면 오후 3시가 되면 먼저 퇴근을 시키고 혼자 남아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속편 하다.

 

내가 운전을 해야 하는데 겨울이라 어느 시간 어느 초에 눈이 내려올지 모른다.

눈이 오는 길이나 비가 오는 길이면 옆에 앉은 서방 잔소리로 기분이 잡친다.

해마다 이름표가 붙었다는 이유로 그냥 지내려니 서운하여 강촌 엘리시안에 예약을 했다.

 

예배가 끝나고 찬양연습까지 마치고 강촌으로 향했다.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라 부담이 없고 겨울이라도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장이 썰렁하여 기어이 내 마음까지 불편하게 한다.

지금쯤 사람이 바글거리는 스키장에 색색의 옷들과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스키어들이 폼을 잡고,  아이들은 눈놀이를 하느라 복잡해야 할 스키장에 이겨울 햇빛은 눈치 없이 왜 그리도 찬란하지. 쏟아지는 햇빛 줄기에 눈살을 찌푸리고, 이 겨울을 힘들게 견뎌야 하는 엘리시안이 어쩐지 목에 걸린 가시처럼 걸린다.

 

점심으로 연어샐러드를 먹고 커피와 감자 빵과 옥수수빵을 먹고 나니 유리창을 뚫고 쏟아지는 햇볕에 노곤한 졸음이 염치없이 찾아든다.

사전등록을 했더니 프런트를 찾을 필요도 없이 콘도의 호수와 비밀번호가 카톡으로 적힌다.

훈훈하여 오히여 더운 거실에서 TV를 보며 오랜만에 찾은 안락한 휴식에 만족하며 채널을 돌리다 기어이 일을 저질렀다.

세탁기와 건조기 세트를 판매하는 쇼호스트의 설명을 들으며 세현이에게 문자를 보내고 홈쇼핑보다 150만원을 절약하여 결혼 39년만에 세탁기와 건조기세트를 샀다는 사실이다.

 

따뜻한 실내에서 움직이지 않았더니 저녁이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

늦은 시각에 꾸르륵거리는 창자의 소리가 들려올 듯하여 열 구이와 된장찌개로 저녁을 먹었다. 

밑반찬과 된장찌개, 그리고 생선이 짜지 않고 맞춤하다.

모처럼 남이 차려주는 점심과 저녁을 먹고 나니 이 여유가 행복이구나 싶어 진다.

 

올해가 몇 번째 결혼기념일인지 돌아보지 않고 집에서 벗어난 하루가, 남이 차려준 식탁의 여유로 느긋해진 몸과 마음이 힐링이란 이름으로 덧칠하며 39번째 결혼기념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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