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한 방울
이어령 / 김영사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삶을 반추하고 죽음과 독대하며 써 내려간 내면의 기록
서문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이어령 선생님이 떠나셨다.
그 분의 췌장암 소식은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이겨내시리라 믿었다.
강인한 모습과 어디서도 흔들림 없고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 내게 그런 확신을 줬었다.
새봄이 오는 날, 별세 소식에 뭔가 쿵~하고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슬펐다.
애통하고 애통하고 슬프고 또 슬펐다.
가족 같은 슬픔, 가족 같은 애통함..
내게 그랬다.
마지막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별세 소식이 전해지고 10년이 지나도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한 편의 짧은 글과 재탕삼탕 한 글이 도배를 한 책이 쏟아지는 것은 출판사의 장삿속일까?
유족들의 궁핍함일까?
정말 유작을 내보이고 싶은 마음일까?
어느 것이든 나는 또 책을 사고, 책을 읽고 다시 후회를 하고 속으로 욕을 한다.
뻔한 것을 물리치지 못하는 나의 미련은 욕을 한 후에야 탓하게 된다.
이어령선생님이 떠나시고 이어 쏟아져 나온 책들,
모두가 "마지막'이라는 말과 "유언"이니 "유작"이라는 글씨가 표지에 가득하다.
정말 선생님이 원하신 것이 이것이었을까 싶어 진다.
눈물 한 방울
글을 읽는 내내 숙연해지는 마음이다.
'죽음'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어느 순간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든다.
죽음은 아직은 먼 곳에 있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는데, 눈물 한 방울을 읽는 내내 다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2019년에 췌장암 발병을 알리신 선생님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투병을 하신 듯하다.
이미 결정한 듯이, 확실한 듯이, 죽음을 앞에 두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쓰셨다.
어린 날을 추억하고, 젊은 날을 추억하고, 고향을 기억하고 이웃과 사회를 기억하시며 써 내려간 글들이 눈물 한 방울로 쓰였다.
죽음을 앞에 두면 인간은 겸손해지고 나약해지고 아름다워지나 보다.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고, 하나님께 생명 연장을 위해 떼를 쓰고,
태어나던 날 우렁차게 울었던 울음으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통곡도 하셨다고 한다.
다시 하늘나라에서 만날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두고 떠나야 하는 현실의 것들에 목이 멘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 존경하는 사람만 많다" 라던 선생님은 존경심 안에 가득하게 담긴 사랑을 아셨을게다.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까지도 아셨을게다.
아직 대한민국에서 하실 일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도 아셨을게다.
죽음 앞에서 하루하루를 기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힘겹게, 아픔을 참아내시며 詩를 쓰신 선생님의 모습은 형형하게 빛이 난다.
형형한 빛 속에서 떨구는 눈물 한 방울로 모아진 글들은 보석같이 빛이 날 것이다.
별세 한 달 전까지 용서를 바라며 누군가에게 생명이 되길 원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들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는 이유로 나도 힘을 내어 나의 삶을 흘러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