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붉은 손가락

여디디아 2022. 12. 5. 14:39

붉은 손가락(赤指)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 양윤옥 옮김 

 

 

추리소설은 한번 손에 들면 궁금해서 끝을 봐야 한다는 애로점이 있다. 

특별히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뒷일이 궁금해서이다.

뻔한 이야기, 사실이 아니고 꾸며낸 이야기라는 게 너무나 분명한데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시대가 겪어내어야 할 일들,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한 책임과 의무,

치매가 걸린 부모님을 감당해야 하는 자식의 의무,

자식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부모님을 몰아붙이는 권리,

자기 자식에게는 한없는 포용과 너그러움과 관용을 베푸는 이기,

며느리와 딸의 간극,

 

마에히라 아키오는 아내 야에코와 아들 나오미와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며느리인 야에코는 시어머니와 대화도 나누지 않고 오로지 아들 나오미만을 위해 살아간다.

시아버지의 죽음 이후 연로하신 시어머니를 홀로 두지 못하고 합가 한 아키오와 야 에키는 시댁의 집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합가를 하지만 야에코는 시어머니를 철저히 무시한다.

음식을 별도로 만들고 당연히 식사도 한자리에서 하지 않는다.

시어머니와 불편한 관계는 나날이 이어지는 불평과 불만일 뿐이고 아들인 아키오는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진다.

그런 시어머니를 위해 딸 하루미는 날마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하여 퇴근 후에 집에 들려 어머니와의 시간을 보낸다.

아들, 며느리, 손자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어머니는 딸 하루미만 기다린다.

 

14살의 나오미는 중학생이다.

성격이 문제가 있어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오로지 엄마밖에 모르는 마마보이다.

야에코의 헌신적인 수고는 결국 아들을 바보로 만들고 비행소년으로 만든다.

 

나오미가 어린 소녀를 목졸라 죽인다.

비닐에 씌운채 마당에 있는 시체를 보고 아키오는 경찰에 신고하기로 하지만 야에코의 반대로 결국 사체를 공중화장실로 유기한다.

부부는 밤새 궁리한 끝에 범인을 치매 어머니로 몰아간다.

 

'내 아들'을 위해 '내 엄마'를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아들의 모습이 차라리 애처롭다.

 

결국 어머니가 치매가 아니라 치매 인척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 때문에 불화가 끊어지지 않다는 걸 안 어머니는 치매 노인으로 둔갑한다.

 

치매 인척 하면서 손가락에 루즈를 칠해 붉은 손가락으로 꾸미고 경찰에게 자신의 무죄를 내보인다.

형사들의 치밀한 수사와 어머니에게 살인범을 뒤집어씌우려는 치밀한 아들 부부,

결국 어머니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아키오는 무릎을 꿇는다.

 

나오미의 마지막 말이 이  가정의 모든 상황을 대변한다.

"아빠 엄마 나쁜 새끼" 

 

"인간이란 남을 안 보는 것 같으면서도 어디선가 지켜본다"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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