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들리는 소리 - 중에서 원 재 길(1959~ ) 바로 아래층에서 전기 재봉틀 건물 들어 올리며 옷 짓는 소리 목공소 전기톱 통나무 써는 소리 카센터 자동으로 볼트 박는 소리 굉음에 하늘 돌아보니 불빛 번득이며 먹구름 밑 낮게 나는 헬리콥터 어서 지나가면 좋겠는데 아까부터 시동 걸려 골목에 버티고 선 트..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바 다 2 채 호 기(1957~ ) 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열린 그 거대한 눈에 내 눈을 맞췄다 눈을 보면 그 속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바다는 읽을 수 없는 푸른 책이었다 쉼없이 일렁이는 바다의 가슴에 엎드려 숨을 맞췄다 바다를 떠나고 나서야 눈이 바다를 향해 열린 창임..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송 재 학(1955~ )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水路를 따라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주네 결코 눈뜨지 마라 지금 한쪽마저 봉인되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는 이 숲..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자작나무 - 중에서 김 백 겸(1953~ ) 숲 속에 자작나무는 전에는 그냥 평범한 나무였다 봄이 오면 새 잎을 피우고 가을이 오면 흰 가지로써 바람에 온몸을 내맡기는 뿌리에 온몸의 생명을 내려보내 부활의 시간을 기다리는 목숨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였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어느날 불멸의 환상을 품..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영혼의 눈 허 형 만(1945~ ) 이탈리아 맹인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눈 먼 가수는 소리로 느티나무 속잎 틔우는 봄비를 보고 미세하게 가라앉는 꽃그늘도 본다. 바람 가는 길을 느리게 따라가거나 푸른 별들이 쉬어가는 샘가에서 생의 긴 그림자를 내려놓기도 한다. 그의 소리는 우주의 흙냄새와 물냄새를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서울역 그 식당 함 민 복(1962~ )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첫 눈 박 용 래 (1925~1980) 눈이 온다 눈이 온다 담 너머 두세두세 마당가 마당개 담 너머로 컹컹 도깨비 가는지 (한숨만 참자) 낮도깨비 가는지. --------------------------------- 불볕의 태양이 살을 태우고 마음을 태우고 둥게둥게 모인 사람들을 태우는데 첫눈이라니.. 참으로 별나기도 하여라. 깊은 바다에 흰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꿈 꽃 황 동 규(1938~ ) 내 만난 꽃 중 가장 작은 꽃 냉이꽃과 벼룩이자리꽃이 이웃에 피어 서로 자기가 작다고 속삭인다 자세히 보면 얼굴들 생글생글 이 빠진 꽃잎 하나 없이 하나같이 예쁘다. 동료들 자리 비운 주말 오후 직장 뒷산에 앉아 잠깐 조는 참 누군가 물었다. 너는 무슨 꽃? 잠결에 대답했다.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차령산맥 고 은(1933~ ) 먼 산들을 좋아하지 말자 먼 산에는 거짓이 많다 시인이여 이제는 먼 산들을 좋아하지 말자 우리나라의 씨짐승인 시인이여 좀 더 가까운 볏단 걷은 들로 커다란 땅거미 속으로 우리에게 막아야 할 재난이 또 오고 있다. 이제까지의 오랜 오욕으로 어리석음으로 기뻐한 것들이 먼 ..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수묵담채 2 이 해 완(1962~ ) 쉿! 지금 귀뚜라미는 공양 중이다 사마귀가 작고 세모진 주둥이로 자신의 머리통을 야금야금 다 갉아먹도록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생에 아무런 미련도 없는지 아니면 이미 도통한 선승이 한분 그 몸 속에 들어앉아 있는지 몸부림 한 번 치지 않는다 귀뚜라미의 몸이 사마귀.. 시가 있는 아침 200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