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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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38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송 재 학(1955~ )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水路를 따라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주네
결코 눈뜨지 마라
지금 한쪽마저 봉인되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는 이 숲은
나비떼 가득 찬 옛날이 틀림없으니
나비 날개의 무늬 따라간다네
햇빛이 세운 기둥의 숫자만큼 미리
등불이 걸리네
눈뜨면 여느 나비와 다름없이
그는 소리 내지 않고도 운다네
그가 내 얼굴을 만질 때
나는 새순과 닮아서 그에게 발돋움하네
때로 뾰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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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처럼 깊은 눈이 아니어도,
TV에 나오는 여자들처럼 오뚝한 콧날이 아니어도
그리 이쁜 귀와 입술이 아니어도..
더듬거려 만질수 있음은 사랑이 아닐까?
지난밤과 오늘아침 새로운 시간에도
우리는 누구의 얼굴을 만지작거렸고
누구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을까?

부드러운 날갯짓의 나비가 아니어도
휘장처럼 펄럭이는 잠자리가 아니어도
코끝에 치미는 꽃향기가 아니어도
그러지 않더라도..
투박한 손이라도,
스치는 여름바람이어도,
긴 손가락을 휘어지게 가진 아들이어도
화운데이션이 덮힌 내 얼굴을
만져준다면...

지난밤 잠들기전의 내 모습처럼,
새로운 아침에 만져보았던 내 아들의
끈적한 얼굴이라도
만질수 있음이 그저 고맙기만 하여라!!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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