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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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38
들리는 소리 - 중에서

원 재 길(1959~ )


바로 아래층에서
전기 재봉틀 건물 들어 올리며
옷 짓는 소리
목공소 전기톱
통나무 써는 소리
카센터 자동으로
볼트 박는 소리

굉음에 하늘 돌아보니
불빛 번득이며
먹구름 밑 낮게 나는 헬리콥터
어서 지나가면 좋겠는데
아까부터 시동 걸려
골목에 버티고 선 트럭

너는 모든 침묵을
소음의 자식으로 여겨라
모든 소음은
침묵의 아비로다
사람의 모든 색(色)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 애써라

- 후 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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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풋! 풋!
저 지단한 겨울김치에서 군 냄새기 날때쯤
언땅을 헤치고 푸르게 나온 봄배추와 얼갈이는 얼마나
생동스런 김치맛인가.
풋내가 날까봐 조심스러운 손끝의 움직임,
기어히 풋내를 흘리는 봄배추..
풋배추를 버무릴땐 웃음마져도 풋내가 묻어있는데,
풋내나는 웃음이 묻어나온다.
시를 읽으니...

어릴적, 식사도중
부엌으로의 물 심부름은 어린 딸들의 필수였고
부엌으로 간 어린 소녀들은 솥뚜껑을 잡기도 전에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때 주름가득한 李允赫이라는 이름까지도
빛을 흘리며 번쩍이던 아버지,
'우리집 정지는 아무래도 기생이 지었는갑다.
정지에만 가면 노래를 불러쌌는거 보이~~'
까맣고 반질거리던 정지는 아직도 어린 딸들의
곳간같은 그리움인데..
곰삭은 겨울김장의 감칠맛인데..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두 놈의 아들들은
샤워만 하면 노래를 불러 제낀다.
'시끄럽다, 아래층에 들린다' 며 꾸짖는 아들들의 아버지,
'우리집 화장실은 기생이 지었는갑다
화장실 들어가기만 하면 노래를 부르는것 보니'라며
그 아버지의 말투까지 흉내를 내어보는 나,

어느날 1층에 방(榜)이 붙었다.
"이웃을 위해서 고성방가하지 마세요"
풋! 풋! 풋!!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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