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열흘만의 출근이다. 먼 산이 아니어도 눈길이 닿는 곳마다 아직은 잔설이 수북하게 쌓여있고 두 곳의 책상위에는 나를 기다리는 일감들이 바느질을 기다리는 헝겊처럼 펼쳐져있다. 자꾸만 눕자고 조르는 육신, 실오라기를 풀어헤치며 나를 향해 덤비는 일감들, 급기야 욱씬거리는 어깨와 팔과 어지러.. 매일 그대와... 2005.03.07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 중에서 박 인 환(1926-56)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 중 략 - 니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묻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 시가 있는 아침 2005.03.07
오감도-시 제1호 오감도 - 시 제1호 - 중에서 이 상 (1910~1937) 13인의아해가 도로를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인의아해가무섭다고그러오 제2인의아해가무섭다고그러오 제3인의아해가무섭다고그러오 제4인의아해가무섭다고그러오 제5인의아해가무섭다고그러오 제6인의아해가무섭다고그러오 - 중 략 - 그..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집 몽고반점 지은이:한 강 출판사: 문학사상사 몽고반점은 인간이 태어날 때, 엉덩이 한가운데에 푸른 반점을 띤 것을 말한다. 유아기를 지나면서 반점(몽고반점)은 사라져 버리고 맨숭한 엉덩이만 빛 좋게 남게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화자는 어느날 아내로부터 처제 영혜는 아직도 몽고반.. 문학상 2005.03.05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水墨(수묵) 정원 9- 번짐 장석남(1965~ )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번져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중에서 성미정(1967~ )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어머니의 그륵 - 중에서 정일근(1958~ ) 어머니는 그륵이라 쓰고 읽으신다 그륵이 아니라 그릇이 바른말이지만 어머니에게 그릇은 그륵이다 물을 담아 오신 어머니의 그륵을 앞에 두고 그륵, 그륵 중얼거려보면 그륵에 담긴 물이 편안한 수평을 찾고 어머니의 그륵에 담겨졌던 모든 것들이 사람의 체온..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한줄기 눈물도 없이...중에서 - 박 인 환 - 음산한 잡초가 무성한 들판에 용사가 누워 있었다. 구름 속에 장미가 피고 비둘기는 야전병원 지붕 위에서 울었다. 고지탈환전 제트기 박격포 수류탄 어머니! 마지막 그가 부를 때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만세 소리도 없이 떠나 흰 붕대에 감겨 그는 ..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소 화 차창룡(1966~ ) 차내 입구가 몹시 혼잡하오니 다음 손님을 위해서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승객 여러분 봄 여름 가을 입구에서 서성대고 계시는 승객 여러분 입구가 몹시 혼잡하오니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갈 봄 여름 없이 가을이 옵니다 다음 손님을 위해서 조금.. 시가 있는 아침 200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