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 은
"회장님의 숭고한 유지를 받들기 위해
장지를 금강산으로 정하려 합니다".
2003년 8월초, 고인이 된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장례를
주관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유가족과 현대그룹 관계자 등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이 유서에서
"명예회장님(고 정주영)께는 당신이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다"고 지칭한 김사장의 판단이었으므로 회사 관계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때 정 회장 부인 현정은씨가 나섰다.
"취지는 좋지만 남편을 북한에 둘 수는 없어요.
가까운 곳에 모시도록 하세요."
조용한 음성이었지만 어조는 단호했다.
김 사장은 더 이상 주장하지 못했다.
장지는 하남시 창우동으로 결정됐다.
그 장면을 본 몇몇 현대 측 인사는
"현씨가 녹록지 않은 사람이라는걸 느꼈다."고 말한다.
같은 해 11월17일,.
100일 탈상(脫喪)을 한 현씨는 현대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던
시숙부 정상영 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에게 정면승부를 걸었다. 정 명예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계속 매입, 최대 주주가 됐다고 선언하자
한 달 전 이 회사 회장으로 취임한 현씨는
'국민주 공모'카드로 대응했다.
국민의 힘을 빌려 경영권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다.
승부수는 먹혔다. 시숙부의 승리로 귀결될 것 같던
분위기는 조카며느리에 대한 동정여론이 일면서 바뀌었다.
금융당국도 정 명예회장 측에 매입처분을 명령하는 등
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현 회장은 이 일을 거론하면서
"나에게 속배짱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엔 북한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임을 받는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을 현 회장이 내쳤다는 이유로
금강산 관광객 축소 등의 보복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복귀를 요구했다.
현 회장은 김씨에겐 비리 의혹이 있는만큼 복귀는 불가능하다며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고 했다.
배짱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얘기다.
현 회장은 '윤리 경영'을 강조한다.
"잘못된 일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를 길들이려는 북한에 당당히 맞서는 힘도 이런 소신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지하의 남편도 그런 아내를 듬직하게 여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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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여자라는 이유가 이런 부당한 일들을 겪게 하는건 아닐까.
글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울컥 눈물이 쏟아지는건
글쎄 왜일까.
이익을 위해서 우정도 배반하고 사랑도 배반하는 세대,
직장을 버리고 가정을 버리는 일이 난무하는 세대,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택해야 한다는
당연한 말이 왜 이리 새로울까.
외롭고 험한 싸움에서
정직한 양심을 향하여 소리치는 현 회장의
진실한 속울음이 우리를 감동시키리라 믿어본다.
현정은 회장님!!
힘 내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