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인간연습

여디디아 2006. 9. 18. 09:38

 

 

 

                                                   인 간  연 습

 

 

                            지은이 : 조  정  래

                                출판사 : 실천문학사  

 

 

굵직하다는 표현은 이럴때 사용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작가중 굵직한 작가중의 한분인 조정래선생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등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장편으로 엮어낸 훌륭하신 분이시다.

내가 처음으로 조정래선생의 작품을 만난건 20대초반 '유형의 땅'이다.

그후로 남편과의  데이트중에 선물을 하고프다는 남자의 말에  조정래선생의 '불꽃놀이'를 주문했고 이후부터 작가의 모든 책은 모두 섭렵을 하였다. 

작은 책꽂이엔 조정래선생의 책만 오롯이 꽂혀있는 코너가 있으니, 난 아무래도 그분의 매니아이다. 

 

인간연습,

북에서 남파간첩으로 내려온 윤 혁과  박동건의 이야기이다.

어릴적부터 세뇌받은 교육은 그들을 전향자로 만들지 못하고 스스로의 힘이 아닌 무의식중에서 전향서에 도장을 찍히게 만든다. 원하지 않는 전향에 괴로워하며 무너져가는 사회주의를 안타깝게 여기며 믿어지지 않아서 괴로워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박동건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내용은 그들의 사상적 고뇌와  돌아갈 수 없는 비통함과  그들로 인하여 괴로움을 당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연좌제'로 인하여 월북한 사람이 있는 집안사람들은 번듯한 직장에 취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박동건과 윤 혁의 집안은 쑥대밭이 되고 만다. 그들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끝내 전향하지 못하는 그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박동건의 죽음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은 막내아들뿐이다. 그의 아내역시 죽음앞에서도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고 싸늘한 침묵만을 지킬 뿐이며 맏아들은 아버지로 인하여 망가진 자신을 추스리지 못하고 폐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감찰대상자인 윤 혁은 김형사의 감시하에 모든 생활을 하는 보이지 않는 감옥속에서 생활한다. 두고온 아내를 생각하며 좋아하는 여자의 청혼을 거절하고 어느순간이든 죽기만을 기다리는 지식인이다.

그런 윤 혁이 살고싶다는 소망을 드러내는 것은 부모없이 살아가는 경희와 기준 남매 때문이다. 부모없이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들킨 경희와 기준을 거둠으로 윤 혁의 삶에는 새로운 싹이 돋아난다.

어린남매로 하여금 소망이 무엇이며 사랑이 무엇이며 자유가 무엇인지를 깨달아가 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며 결국 사람이 사람을 치유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민규는 출판사의 직원이다. 대학시절 운동권학생이던 그는 교도소에서 윤 혁을 알게되고 이후 윤혁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번역일을 맡겨 윤 혁의 생활을 돕고 윤혁을 찾아와 소련의 붕괴와 북한의 실상을 설명해 주기도 하며 좋은 친구로 지내게 된다.

 

강민규의 간절한 요청으로 수기를 쓰기 시작한 윤 혁은 넉달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물론 그동안 한국정부가 미전향자를 북으로 보내기도 하고 연좌제가 철폐되기도 하는 자유스러움이 있었기에 수기를 쓸 수도 있었던 것이다.

결국 윤 혁의 수기는 세상을 들썩거릴 만치 많이 팔려나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수기를 읽고 찾아온 대전의 보육원 원장인 최선숙은 윤 혁의 노후를 위해서 보육원으로 올 것을 종용한다.

 

경희와 기준을 함께한다는 조건으로 보육원으로 들어간 윤 혁은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부모없이 버려진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함께 살아가지만 그들이 인간의 꽃밭임을 깨닫고 감사하며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행복함을 소상하게 보여준다.

 

북한의 사회주의 속에서 세뇌되어진채로 감옥에서 지옥같은 생을 지탱해온 사람, 믿어지지 않는 소련의 붕괴앞에서 한숨만 내쉬고 굶주림으로 인하여 죽어가는 북한의 실상앞에 한없이 무력해지는 그는 끝까지 그가 섬겨온 폐쇄적인 국가를 믿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어린아이들을 바라보며 인간의 꽃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며 최선숙원장의 자비량앞에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고, 강민규의 헌신적인 사랑앞에서 인간과 인간의 사랑과 우정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윤 혁은 그래서 조금씩 인간연습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남한으로 내려온 그날부터  대한민국을 부러워하고 사랑하지나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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