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환각의 나비

여디디아 2006. 7. 27. 17:33

 

 

 

환각의 나비

 

 

지은이 : 박 완 서

출판사 : 푸 르 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박완서의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책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박완서님의 책이 신문지상이나 어느 매개체에서 발견하면 즉시 구입하여 읽는 나는 박완서의 매니아인지도 모르겠다.

 

'환각의 나비'는 타이틀처럼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

 

엄마의 말뚝2

 

꿈꾸는 인큐베이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환각의 나비

 

각각의 제목들 아래 중편의 소설들이다. 물론 이중에서 이미 읽은 내용들이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처음인듯이 다시 읽을 수 있었다. 

박완서님의 작품을 읽으면 나는 얼마간 얼이 빠진듯, 어쩌면 좀 모자란듯이 실실 웃기도 하다가 금세 울컥 치미는 목매임에 질금질금 울기도 한다.

웃다가 울다가.. 지딱지딱 지나는 시간을 의식하지 못한채 책속에 스며 들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저만치 밀려나 있고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를 말갛게 바라보고 있다.

 

그 가을의 사흘동안은 한 여의사의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남자들로부터 겁탈을 당한 여의사가 남자들로 인하여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어쩌면 대책없이 임신을 한 여자들의 자궁을 들춰내어 낙태를 시킴으로 자신의 불행을 복수하고자 하는 이기심을 나타내주고 있다.

미군부대가 있는 후줄그레한 동네 2층집에서 몇십년간을 산부인과 의사로 있었는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서울이 발전함에 따라 재개발 구역에 들어서게 된다. 이미 50이 넘은 주인공은 병원건물이 헐리는 사흘동안 '살아 있는 아기'를 받아보기 위해서 마음을 졸인다.

 

겁탈이나 강간이 한여자의 인생을 얼마나 고달프게 하며 삶을 불행하게 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결국 살아있는 아기를 받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여의사의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엄마의 말뚝2'는 전쟁중에 겪게 되는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전쟁중에 잃은 아들을 잊지 못하는 엄마의 처절한 몸부림과 전쟁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달한 글이다. 그런 엄마에게 연민을 느끼며 병석에 누운 엄마를 바라보는 가족의 입장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꿈꾸는 인큐베이터'는 남아선호사상의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나타내 준다. 딸만 둘인 가정에 시어머니와 친구인 시누이가 아들을 기대하며 주인공을 낙태시키는 모습, 아들을 낳은 후 당당함으로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에게 보이는 주인공의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중적인 모습들..

아들을 낳기 위해서 여자의 생명은 아무렇지 않은 마음으로 산부인과 병원에서 1시간의 수술로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 이들을 향한 무서운 앙갚음이다. 딸을 둔 가정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곁에서 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딱하게 여기는 모습, 물론 지금은 아들보다는 딸을 원하는 부모가 훨씬 많음을 본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이 글을 읽으며 역시 박완서님답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형님과 전화통화를 하는 내용이다.

'나'는 아들을 데모중에 잃었다. 비록 열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지만 엄마의 마음속에서 아들은 열사도 필요없고 법관도 필요없다.

오로지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다면 족한 것이다. 몸이 불편하여 침대에 누워서 뒹굴지 못한다고 해도 그저 살아있음 그것이면 충분한 것이다.

아들을 잃은 후 엄마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들이 살아있을 때는 채우고 장만하는 것이 취미였지만 아들을 잃은 엄마에겐 버릴것만 가득하다. 아무리 좋은 것도 의미가 없고 남기기가 싫어진 것이다.  아들을 잃은 엄마에게 세상에서 아무리 좋은 것도 이미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이다. 딸들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버려야하는 허무함과 무망함을 어이 이해할 수 있을까.

눈물을 참고 참다가 식물인간이 된 친구아들을 보며, 의식없는 아들이지만 엄마의 손길외에 누구의 손길도 필요로 여기지 않음을 알고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격하게 토해낸다.  

울음으로서 자신의 속에 숨겼던 비밀한 것들까지 훑어낸 후 오히여 자유로워지는 모습을 보며 기어히 나도 울고야 말았으니..

 

'환각의 나비'..

친정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대학교수 영주,

엄마가 치매증상을 보임으로 딸의 마음은 아리고 아프기만 하다. 집을 나간 엄마를 찾으며 엄마의 과거를 회상하며 아들과 딸의 자리를 확인하는 모습, 자유를 찾아 떠난 엄마의  노곤한 마음이 가져온 치매..

딸의 안타까운 마음이 잘 드러나고 연로하신 엄마를  위하여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어느 것이 엄마를 위한 참된 효도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 참을 수 없는 그리움과 목이 메이는 아픔을 느꼈다.

'가족'이란 울타리를 넘어서지 않은 것은 가족의 의미를 작가가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의미한다. 박완서님 역시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후, 세상을 버리고 싶었다는 것을 느끼고, 그래서 내용의 곳곳에 아들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담고 있음도 알게된다.

 

세상사는 동안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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