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지은이 : 공지영
출판사 : 황금나침반
한동안 참으로 못마땅하게 여겼던 공지영,
어느순간 그 못마땅함이 '질투'였음을 깨닫고는 참 미안했는데..
그래서일까?
요즘 그녀의 책이 신문에 오를때마다 망설임없이 선택하는거는..
수필집이라기에 궁금해졌다.
얼마전 '사랑후에 오는 것들'을 일본작가와 릴레이 소설을 썼는데
금세 수필집이라니..
대단한 것인지,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궁색한 마음과 함께..
소설가들의 마흔은 어떤 모습일까..
나처럼 마흔을 넘어 후반을 치달아가는걸까.
이제쯤 중반으로 들어 안정된 자세로 마흔을 즐기는걸까.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아가들처럼 이제야 마흔길에 들어선걸까..
어떤 이유이든 같은 사십대를 살아가는 소설가의 일상을 엿보고 싶었음을 고백한다.
詩 한편을 감상하고
느낌을 조용한 마음으로 편지로 쓰고 있다.
편지를 받는 행운아는 J라는 이니셜 하나로 간단히 표현되었지만
둘 사이의 깊은 사랑은 구구절절에서 묻어난다.
어떤 관계일까.
슬프고, 기쁘고. 힘들고..
그때마다 술잔을 기울이며 같이 잔을 부딪히고 싶은 사람,
좋은 곡과 좋은 가사가 들어있는 자장가를 들으며
그의 자장가를 듣고싶어 하는 사람,
보고싶고 그립고, 그래서 살아있음이 감사하고
살아있음이 이유이기도 하는 사랑이란 말로 붙들린 사람..
작가의 마음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녹여냄으로
마흔의 사랑이 욕된 것이 아니고 고귀함까지 느끼게 하는 편지들,
세상에 널브러진 육욕의 사랑과 물질의 사랑이 아니길 바래보는건
더 이상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실망하기 싫은 내 욕심일까.
강원도 촌락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별빛을 바라보고 달빛을 느끼고
열매가 열리는 모습과 꽃이 지는 모습과
새순이 돋는 모습과 꽃이 다시 피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해 하는 여자 공지영.
바람과 바람사이로 나무가 흔들리고
금부채같은 은행잎을 바라보며 겨울을 두려워하는
작가가 세세히 써내려간 산문집을 읽으며
그녀의 재능이 부럽고 그런 재능을 읽을 수 있어서 오히려 내가 행복하다.
이렇게 완벽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지난날을 반추하고 되새김질하고
'살아 움직이며 끊임없이 상처받고 치유하고 있는 영혼을 질료로 삼고 있다'.는
공지영을 보며
먼 훗날,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아이들의 대학등록금이 부담으로 나를 짓누르지 않은 날,
남편의 머리칼이 멋지게 희어지는 그날즈음에
마당에 핀 쇠비름에 혀를 차고
웃자란 강아지풀에 손짓을 하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까스로 눈을 뜬 채송화를 바라보고
손톱을 바라보며 꽃을 바라보는 봉선화를 바라보고
눈부신듯이 피어나는 나비꽃을 바라보며
이렇듯 비가 내리는 날엔
따뜻한 아랫못에 배를 깔아 쌓인 책 중에서
집히는 책을 들고서 펼쳐지는 책 어느곳이든
마음껏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겠다.
수필을 쓰는 마음으로 살아라는 글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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