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호미

여디디아 2008. 1. 29. 09:48

 

 

호      미

 

 박 완 서

 

 -도서출판 열림원-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났다.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서 <나목>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책을 펼치니 여전히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나를 맞이하신다.

예전보다 살이 오르신 듯, 얼굴 가득히 통통한 볼살과 보이지 않던 보조개가 주름을 대신하는 모습이 건강해 보여서 안심이 된다.

 

교보문고에서는 예약판매라는게 있다.

예약판매라는건 남보다 일찍 책을 받아들 수 있고 작품을 읽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편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이미 예약한다는 것은 작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며 내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확신이 들 때,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읽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예약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박완서 선생의 작품은 무조건 읽는 나의 욕심이 예약을 하게 했는데 막상 책을 받은 후에는 이리저리 미루게 되고 말았다.ㅠㅠ

 

개성에서 태어나 엄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당시로서는 드물게 여성으로서 교육을 받고, 오로지 신여성이 되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교육열에 의하여 서울로 오게 된다.

부잣집 딸들이 다니는 숙명여고에 진학하고 서울대 국문과에 합격했으나 입학한지 한달만에 전쟁을 겪게 된다.

전쟁이 쓸고간 잔재속에서 남은건 가장의 역할, 미군들을 상대로 하는 피엑스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과 함께 직장생활을 한다. 이때 유명한 화가이신 박수근 선생님을 만나고 박수근선생님집에서 사모님과 아이들 틈에서 하루를 묵기도 했음을 다른 글에서 알았다.

 

'호미'라는 산문집은 작가의 일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유난히 고향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심정들이 낱낱히 드러나 있다.

어린날의 추억과 고향의 물과 흙과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들풀과 들꽃, 고향의 맛과 고향의 멋, 고향의 이웃들과 이웃들의 사랑까지..

그러고보면 작가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향에 대한 향수가 아닐까 싶어진다. 그만치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말미에 "내가 문을 열어주마"라는 글에서는 작가의 소중한 이들에게 편지같은 글을 남기셨다.

신여성이 되기를 바라고 극성스럽게 교육시키셨던 엄마에 대한 초상, 작가가 존경하며 우정을 나누었던 분들, 김상옥, 이문구선선생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과 존경을 쏟아내시고, 서울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으신 소감을 적으시기도 했다. 입학하고 한달간 생활한 학교덕분에 그동안 과대한 덕을 보고 살았음으로 사양을 했지만 서울대의 뜻을 이해함으로 받아들이신 모습은 정말 선생님다우시다는걸 느끼게 한다.

마지막으로는 큰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남기셨다.

딸이라기 보다는 동지애를 느끼고,  친구같기도 하고 동생같기도 한 큰 딸,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자신을 대신하여 글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며 이제는 같은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딸에게 쓰는 편지는 나로 하여금 커다란 부러움을 느끼게도 하였다.

 

박완서선생님의 글은 진솔하며 거짓이 없다.

때론 지나치게 솔직하여 읽는 사람의 자세를 바로잡게도 하며 어쩌면 나를 들킨것 같아서 흠칠 놀랄때도 있다. 

이렇게 솔직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글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일상속에서 수시로 느끼는 죄된 인간의 모습과 숨기고픈 기억들까지도 속속들이 까발리는 글,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단어들의 살아남까지..  

 

여든을 앞둔 박완서 선생님,

건강하셔서 좋은 글 많이 많이 남기셨으면 하는 간절함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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