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장마

여디디아 2005. 6. 27. 10:34

 

 

유년의 시절,

 

궁핍하고 핍절하던 그 때,

 

두 아들과 다섯 딸을 키우느라 버거운 우리 부모님은 단 한번도 많은 자식들을 거스려 하지 않으

 

셨다.

 

학교 옆에 집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단축수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하염

 

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곤 했다.

 

집앞에 작은 개울이 있었고 비가 내리면 개울은 누런 흙탕물로 가득함으로 아이들이 집을 갈 수

 

가 없었다. 80%의 학생들이 개울을 건너야 집으로 갈 수 있었으니...

 

아버진 그 아이들을 위해서 돌다리를 놓으시고, 돌다리가 물에 잠기면 개울가에 서서 울상이 된

 

아이들을 하나씩 업어 개울을 건너주시기도 하셨다.

 

아버지가 아이들을 업고 건너는 중에 지나가는 오빠들이나 다른 아저씨들이 어느새 옷을 걷어 부

 

치시고 아이들을 업어 건너주시기 시작했다.

 

비가 올 때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어린 내게도 이상한 즐거움이었다.

 

비가 그친 다음날이면 흙탕물이 깨끗하게 씻기워져 맑고 투명한 물이 찰랑거리며 흘러내리고

 

산기슭에 있는 연못에서 떠내려온 물고기들이 팔딱거리기도 했었다.

 

아버진 그 물고기들을 잡으시며 기뻐하셨고 신기한듯이 바라보는 우리에겐 어느새 추어탕이 푸

 

짐하게 밥상으로 올라오기도 했었는데..

 

새농민이나 누런 신문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종이배를 만들어 주셨던 아버지.

 

오빠들과 언니들이 서울로 가고 나와 두 여동생이 있던 집에서 아버진 세 딸을 위하여 쉬임없이

 

종이배를 만들어 주셨고 우리는 개울에다 종이배를 띄우고 떠내려가는 종이배를 따라 종종한 걸

 

음으로 따라가기도 했었는데...

 

지금쯤 어느 항구에 내가 띄운 종이배가, 누런 치아를 드러내시며 웃으시던 내 아버지가 접어주

 

시던 종이배가 정박하고 있을까.

 

중학생이 되고부터 조금 먼 동네로 다녔던 때,  예고없이 비가 내리면 아버진 우산을 챙기셔서

 

집으로 돌아가는 초등학생에게 부탁하기도 하셨고, 어느 날은 외삼촌이, 어느날엔 몸이 불편하신

 

작은 아버지가 , 어느 날엔 친척오빠가 우산을 들고와 손짓으로 나를 불러내어 건네주던 우산,

 

내가 비를 좋아하게 된건 아버지의 영향임을 나는 잘안다.

 

비가 내리면 우산을 챙겨보내시던 아버지, 종이배를 접어주시던 아버지,

 

어린아이들을 업고 개울을 건네주시던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오랫만에 내리는 비, 비가주는 기쁨에 나를 누려보며, 오래전에 세상을 달리하신 아버지를  그리

 

워한다.

 

출근하기 싫은 날 중에서 가장 으뜸인 오늘, 비가 내리는 날이다.

 

아버지의 까만 장우산이 생각이 난다.

 

우산을 펼치며 하늘을 올려다 보시던 아버지가 보고싶다.

 

우산을 몹시 아끼던 그 모습마져도.. 잔인할만치 생생하게 기억되는 날이다.

 

장마의 시작이다.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고, 내리는 비로 인해서 나는 한동안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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