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2003.년 7월 4일

여디디아 2005. 2. 22. 10:04

찬연한 날이다. 빗살무늬 같은 해맑은 햇살이 온 누리에 골고루 비추이고 있다. 어느 한곳도 덜함도 없이, 더함도 없이.

칠월의 햇살에 몸을 실은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들은 윤기를 더함으로 반짝거리며 빛을 발하고 있는  한가로운 오전, 왠지 소망의 아침이다.

어제는 풀을 뽑아낸 빈 자리를 메꾸느라 봉선화와 분꽃을 사다 가지런하게 심었다. 빨갛고 하얀 봉선화가 이쁘게 피는 모습은 상상만으로 이미 행복하다. 시골집 거름터미를 돌아 화장실 문앞에까지 우거지게 피어나던 봉선화가 생각이나 화장실 옆에까지 몇포기를 심었다.

엄마는 화장실이란 메스꺼움을 꽃으로 이기려고 그러셨을까?

유난하게 우거지던 봉선화는 잘 가꾼 엄마의 억센 손등의 주름까지도 수고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방학을 맞아 외할머니댁으로 혹은 큰어머니 댁으로, 어릴적의 고향으로 보현을 찾는 이들이 봉선화앞에서 숨을 고르고 그냥 돌아서기가 억울함인지, 자신의 손가락을 펴보곤 조심스레 엄마에게 봉선화 꽃을 따가도 좋으냐고 묻곤 한다.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이 아침에 쏟아지는 햇살이 예외없이 골고루 비추이듯이, 어느 누구도 거절하지 않은채 꽃을 따가도록 허락하는 엄마, 꽃을 물들이는 방법까지, 실로 찬찬 동여매듯이 설명하는 엄마의 노파심까지도 꽃을 얻어가는 입장이라 웃음진 얼굴을 끄덕이며 들어주던 낯모르는 사람들.

훑어간 자리에 다음날 어김없이 소탐스런 꽃들이 빨갛게 피어나던 것은 엄마의 꽃에 대한 사랑일까, 이웃에 대한 작은 사랑의 실천일까, 고향을 찾은 이들의 꽃같은 추억일까....

봉선화의 어울거림탓으로 화장실 가는것도 즐거움이 된채로, 화장실앞을 쓰다듬는 빗줄기마져도 꽃물이던 것을...오늘 아침도 팔순을 바라보는 엄마의 발길 끝에 봉선화가 꽃망울을 맺을테고, 머리들어 보이는 앞산엔 녹음이 우러르며, 뒷산엔 도라지 꽃이 보랏빛으로 흰 빛으로 피고  또 질테지?

엄마를 생각하며 봉선화의 꽃이 빨간색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고르고 옆에있는 분꽃도 몇포기를 골랐다. 여전히 봉선화옆에 아름아름 피어나던 분홍의 분꽃이 생각나기도 하고, 여학생들의 모습이 분꽃처럼 예쁘다는 국어선생님의 이쁜 표현을 건너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 심은 봉선화에 오늘아침 엷은 분홍색의 꽃이 급하게도 피었다. 어우러지는 대신 빈약한 모습으로  피었지만 반가운 마음은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듯 하다.

이제 아침이면 소망을 품음으로 봉선화를 바라보며 분꽃을 바라보리라.

   어느새 나 또한 한포기 들꽃이 된채로.  칠월 나흗날 오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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