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2003년 어느 봄

여디디아 2005. 2. 22. 09:59
 2003년에 쓴 글입니다.

어느새 한달이 지난 날...

창을 열자 찔레꽃이 나를 반기던 날이 아마 오래전에 내게 있었던 일이리라. 창문을 여니 와락 덤비는건 하얗고 소복한 찔레꽃이 아니라 이미 웃자란 찔레꽃잎과 넝쿨을 얽어맨 칡넝쿨이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틈에,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얄궂게도 내가 고개를 돌린 시간에 주현이와 세현이가 키가 훌쩍 자라버리듯이 그렇게, 당신이 나를 눈여겨 보아주지 않았던 무심한 시간들 속에서고 나는 이렇듯 자라고 있었노라며, 고약한 웃음을 입에 문채로  칡이파리가 내 얼굴을 가릴만치 자라 어느순간 창문을 열어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꽃들이 낯선 듯이, 그러나 익숙한 낯으로 피어나던 봄날은 미련없이 지나가고 꽃이 진 자리엔 여드름 자국같은 흉터만을 남긴채 이파리는 이는 바람에 마음껏 자신의 육신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꽃이 피었다가 지는 그 짧은 틈새로 나느 얼마나 모진 시간들을 이겨내고 있었던지, 이겨낸 것이 아니고 지나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었음을 숨기지 말기로 하자.누구든 받아들이기 보다는 나를 밀어내려는 이들에게 대한 복수심은 얼마나 치열하고 용감했었나.. 누구든 나 대신 형벌을 내려주었으면 싶었고 어느순간 할퀴고 쥐어뜯고 싶었었던 전투적이었던 마음, 이쯤에서 미련없이 훌훌 털어내지 못하는 내 생활의 곤고함과 빈핍함은 또 얼마나 나를 상처나고 피흘리게 만들었던지, 무망하던 내일과 허무하던 오늘, 다시는 웃지 않으리라던 스스로의 다짐과, 이후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치지 않으리라던 결의까지,,

그럼에도 아침이면 무심한 듯이 인사를 나누고 점심이면 힘겹게 먹는 모습마져도 바라보아야 하던 시간들, 여섯시가 지나면 집으로 간다는 생각보다 다시는 이곳으로 오지 않았으면 하던 헛된 바램들..

희망이나 기쁨 대신 절망과 설움만을 가진채 맞이하는 아침이란 또 얼마나 나를 무참하게 만들었던지, 하루를 보낸다는 사실보다 순간을 견디는 고독을 얼마나 버거워했던가, 야멸차게 퍼부어대던 속으로의 독설들, 평온한척 해야하던 겉모습의 관심없는 표정은 또한 나를 얼마나 힘이들게 만들었던지.소복하고 다북하던 찔레꽃이 진 자리에 열매를 맺기위한 씨주머니처럼 내 마음속에 박힌 못은 아직도 튼실하여 견고한데.. 이제 자부룩한 밤꽃얘 월산리를 흔들고 남양주를 흔들고 내 집에서 보이는 앞산을 뒤엎어있다.

이쯤에서 미워하던 마음을 놓아줌으로 내가 자유롭고 싶다.

사랑할 수 없다면 미워할 수 있는 마음조차 벗으리라..여겨보며.

사랑할 대상에서 누군가를 지워야하는 슬픔을 맛보며 유월열여드렛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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