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2003년 7월

여디디아 2005. 2. 22. 10:00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꾸무레한 날씨가 비라도 내리려나 보다.

늘상 같은 날들이 이어지지만 오늘은 좀 더 새롭게 맞이하고 싶었다. 아침부터 조금씩 치미는 짜증은 먹다만 음식 찌끼처럼 꺼림칙했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메주를 누르듯이 꾹꾹 누르느라 나름데로 애썼다.

방 청소를 하고 거실을 청소하고, 세탁기에서 꺼낸 세탁물에다 담그어둔 셔츠와 블라우스까지를 널고나니 자꾸만 침대에 뒹구는 남편에 대하여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도 참으리라.. 여기며 참아보았다. 아니 참았다.

시계는 바쁜 나를 무심한척 넘기며 여전히 여덟시를 가리키고 난 쫓기듯이 두개의 도시락과 빗자루, 스티커까지를 들고 나오느라 끙끙거리다가 기어히 문을 열고 퍼부어댔다. ‘이렇게 무거운 거 뭐하러 여기까지 끌고오느냐’며.

눈앞에 다가온 엘리비이터에 몸을 실으면서도 자꾸만 후회와 그만치의 짜증이 나를 몰아쳐 14층에서 합류한 혜지가 건너는 인사마저 건성으로 들으며 형식적으로 대답을 건너고 말았다.

출근을 해도 짜증스런 얼굴들, 유난히 나에게 예민한 공장장의 신경은 끝까지 나를 괴롭힘으로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떠나고프게 만든다.

슬쩍 그은 차 모서리가 기어히 나를 나락으로 떨어트린채 벗어나지 못할 구덩이로 밀고만다.

집에선 남편과 주현이의 신경전, 세현이의 압박같은 공부.

집이란 언제 어디서건 들어가고픈 곳이라던 나의 관념은 어느새 ‘들어가기 싫은 곳’으로 바뀌곤한다.

어디가서 시간을 보내다 아주 늦은 시간에 들어올까, 아니 들어가고 싶다..라는 유혹이 나를 휘어잡고 있다. 아니 세현이와 둘만이 살았으면 하는 간절함까지도 느끼고 있음을 ....

7월의 첫날이 나를 이렇게 패배감에 젖게 하다니...

누군가의 사랑으로 7월이 시작되고 나의 사랑으로 7월이 가득하게 채워지길 바랬는데...

어디선가 지금도 청포도가 익어가고 있을테고 검은 포도는 알을 굵게 하기위해서 내리는 이슬의 차가움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과일이 익어가듯이, 굵어가듯이 내 생활도 성숙한 모습으로 익어갔으면 좋을텐데 자꾸만 바보가 되어가는 사실을 어찌할까.

오늘은 그냥 이렇게 보내자.

더러운 기분을 더러운데로, 집에 들어가기 싫음 하루쯤 외박도 하자.

나도 나로서의 온전한 나이고 싶다. 7월은 참 힘겹게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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