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 캠핑장은 우리 집에서 30킬로이다.
주말 오전까지는 길이 많이 밀리지만 오후에는 어려움 없이 갈 수가 있는 장점과 캠핑장 예약 경쟁력이 세지 않아서 우리에겐 딱이다.
넓은 캠핑장엔 텐트를 칠 수 있는 널찍한 데크, 차박을 할 수 있으며 전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 있고, 카라반이 설치되어 있는 캠핑장이 따로 정비되어 있다.
장소가 넓은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마음으로 데크 하나씩 자리를 비워 거리두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고 공동취사장과 화장실 샤워장까지 잘 갖추어져 있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다만 그런 좋은 곳에도 사람들은 늘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고, 타고난 재를 버리고, 화장실 휴지를 둘둘 말아서 쓰고, 함부로 버린다.
공동취사장엔 설겆이 후 음식물 쓰레기를 다음 사람이 쓸 수 없도록 꽉 막힌 상태로 두며, 샤워장엔 긴 머리카락이 배수구를 덮는다.
(물론 나는 배수구를 막아둔 머리카락을 치우고, 음식물 쓰레기를 후벼파서 나도 사용하고 다른 사람도 사용하도록 했다.
아무렴^^ 나는 이진옥이니까~)
자라섬 캠핑장은 서도, 중도, 남도로 나누어져 있다.
서도에서는 해마다 재즈페스티벌을 하고 옛날엔 강변가요제도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도 10월 둘째주말에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한다.
중도를 지나 남도에는 지금 꽃정원이 한창이다.
각색의 꽃들이 저마다의 모양과 빛과 향기로 사람들의 발을 붙든다.
높고 푸른 하늘아래 이쁘게 세워진 파라솔과 북한강의 맑은 물을 바라보노라면 정말 멋지고 아름답다.
입장료 5000원은 다시 상품권으로 돌려주므로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가평 어디에서나 현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상품권으로 돌려주지 않아도 충분히 5000원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서도의 넓은 운동장을 지나 카라반이 줄지어 있는 곳을 지나면 산책할 수 있는 숲길이 훌륭하다.
산책하는 이가 없어서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가을 하늘과 가을나무와 가을 북한강을 바라보며 걷는 마음은 자유이다.
자라섬에서 보이는 남이섬은 아직 푸른 나무가 가리고 있지만 자라섬에서 남이섬을 오가는 배가 하루 네 번씩 있다.
산책길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는데 곳곳의 데크길은 코로나로 인해 흰테이프가 둘러쳐져 있다.
굳이 데크길을 걷지 않더라도 황토색의 흙길과 함초롬한 가을들풀이 향긋하고 겁없이 풀을 뜯는 토끼가 씩씩하게 걷는 내 발걸음을 새털처럼 가볍게 한다.
노숙자 팔자인지, 텐트에만 들어가면 꿀잠이다.
새벽에 일어나니 마치 모내기를 끝낸 논에 개구리가 울어대듯이 사방에서 코 고는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100미터 전방에 있는 아저씨의 코고는 소리, 옆텐트에서 코 고는 아저씨의 코 소리,
정말 가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잠을 자고 난 주일 아침은 하나님의 날이다.
가까운 곳에 자라섬이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