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 캠핑장을 올해 네 번째로 찾았다.
처음엔 선풍기를 들고 왔었는데 이젠 난로에다 화로까지 준비해야 한다.
지난번 왔을 때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캠핑하기엔 딱이다.
단풍이 든 자라섬은 남도 꽃정원축제가 끝나고 고요한 향연이 펼쳐졌다.
서리를 맞아 꺾인 꽃, 씨앗을 받기 위함인지 고개가 톡톡 잘린 해바라기, 씨주머니만 대롱대롱한 코스모스,
서리를 맞고도 의연하게 색과 향기를 피우는 국화, 서리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핑크 뮬리는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서도, 남도, 중도를 한바퀴씩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다.
산책하기에도 좋고 운동하기엔 더욱 좋다.
지난주에 끝난 남도 꽃정원까지 걸어가 커피를 마시며, 잔치가 끝난 집의 고요함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다.
북적대는 축제가 끝난 후의 고요를 느끼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쁘게 꾸며진 정원에 꽃이 없어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새벽에 혼자 일어나 모닥불을 피우고 마시는 커피,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스마트폰으로 읽는 성경,
모닥불 앞에서 두서없는 이야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일,
고구마를 굽고 고기를 굽고 춥지 않아도 화롯가를 찾아가는 손,
이른 저녁부터 이른 아침까지의 꿀잠,
자라섬을 한바퀴 돌며 느끼는 자유로운 아침의 나무, 낮의 꽃과 밤의 단풍,
두서없이 피고지는 꽃과 질서 없이 떨어지는 나뭇잎,
발길에 채이고 밟히어도 불평하지 않는 낙엽.....
참 좋다.
아무래도 올해는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캠핑은 추운 날씨가 이유이기도 하지만
위드 코로나로 인한 현장예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2차 접종이 완료된 사람은 찬양대로 섬겨도 된다고 하니 다시 예배의 기쁨을 회복하고 영적인 충만함도 회복하여야겠다.
따뜻한 봄날이 오면 다시 자라섬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