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명절은 명절답게'라는 내 생각을 바꾸어 놓고 '명절도 평일처럼' 지내는 허전함이 스며든다.
백신 접종 완료자 포함 가족 8명이 모여도 괜찮다고 하지만 주현이네는 불안한가 보다.
인아 학교생활과 어린이집 교사인 성희와 중소기업의 주현이는 델타니 변이니 하는 것들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기에 다음에 오라고 했다.
다음에 오라고 했지만 자꾸 큰아들 자리에 신경이 쓰이고 허전한 것은 나도 꼰대가 되었다는 현실이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엘리시안 강촌에서 좋은 상품이 나왔기에 예약을 했다.
이틀 전에 집으로 온 지유를 데리고 얼마 전 오픈한 한성몰에서 지유 추석빔으로 예쁜 원피스 두 벌에다 커다란 별이 반짝이는 머리띠와 지유 주먹만 한 보석이 달린 목걸이까지 완벽하게 선물하고 나니 지유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역시 여자아이들 옷은 화려하고 악세서리는 빛이 난다.
와따플레이에서 지유와 아빠가 신나게 노는 동안 선이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옛날이야기를 했다.
월요일 낮에 강촌 엘리시안으로 향했다.
스키장과 골프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경관이 예쁘다.
작은 연못이 세개가 있고 연못마다 분수대가 하얀 물줄기를 뿜어 올리고 있다.
지유와 같이 연못을 구경하고 연못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들여다보고, 잠시 앉았다가 다시 날아가는 이름 모를 새들도 구경하며 오랜만에 지유와 단둘만의 시간을 즐겼다.
엘리시안에 인생닭갈비로 저녁을 먹고 지유와 함께 목욕을 하니 세현네 부부가 '지유의 모습이 새롭다'며 놀라워한다.
잠자리 들기 전, "할머니랑 잘래요"라며 엄마 아빠는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금지 표시를 하는 작은 두 손이 얼마나 이쁜지.
지난밤에도 할머니랑 자겠다며 거실에서 나랑 잤는데 '여행집'에서도 할머니랑 자겠다는 손녀가 나를 홀딱 반하게 한다.
빗소리에 눈을 뜨니 밤중이라기엔 늦고 새벽이라기엔 이른 2시다.
빗소리가 요란한가 했더니 번개와 천둥까지 친다.
라온 아파트에 살면서 빗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 아쉬웠는데 마음껏 빗소리를 들으니 좋다.
추석날 아침은 조식 뷔페이다.
숙박권에 2인용 조식 티켓이 포함되어 2인만 계산하면 된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가격 대비 음식이 괜찮다는 아들 부부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어제 오후에 지유는 콘도에 있는 정글 숲과 키즈카페를 다녀왔다.
오전에 키즈카페를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시간당 10명만 참여할 수 있어서 아쉽게 돌아섰다.
서방과 지유와 함께 골프장과 스키장을 한 바퀴 돌며 이른 가을을 눈으로 확인한다.
하늘은 높고 파랗고 벚꽃나무엔 고운 단풍이 스미고 있고 주변의 논에서는 벼가 무거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집으로 가야 하는 지유가 등에서 얼굴을 비비고 밍기적거리는 모습은 할머니와 헤어지기 싫은 표현이다.
그 마음이 살찐 내속으로 들어오니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먼저 차오른다.
아쉬운 마음으로 지유를 보내고 나니 참았던 인아에 대한 그리움이 서운함으로 고개를 쳐든다.
다음부터는 무조건 같이 보내야겠다는 마음이다.
인아도, 성희도, 주현이도 보고 싶어 진 추석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