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한 지가 2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친구는 10명 안팎이다.
쓸데없이 여기저기 다니는 것도 싫고, 아무나 들어와서 아는 체 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헝가리 하은 엄마님을 만난 건 하야니권사 덕분이다.
그러고 보니 하야니권사는 동생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하이톤의 목소리, 예쁜 웃음과 발랄한 성격을 가졌던 하야니가 난소 복막암으로 투병하다가 하나님 곁으로 간지도 일 년이 지났다.
하은 엄마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너는 광야의 양귀비 꽃 같아라'는 책을 출간했다.
처음 책은 어머니 김명자 목사님에 대한 글이었는데 하야니권사가 보내준 책을 읽고 나는 감동에 빠졌고,
지금까지 하나님에 대한 나의 삶을 되돌아 보았다. 또한 이 땅의 성도들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문제투성이이며, 회개해야 하는지와, 목사님의 삶이 작은 예수의 삶이란 걸 확인했다.
그리고 하은엄마와의 교제 중에 역시 '그 엄마의 그 딸'이라는 사실과 젊고 작은 예수의 삶을 살아가는 귀한 분을 만나게 된 것이 내게 커다란 축복임을 알았다.
외국여행이라곤 두어번 밖에 가보지 못했고, 역사라는 것은 귀찮고 머리 아픈 일이라 여겨 헝가리라는 나라는 그냥 남의 나라일 뿐이었다. 하은 엄마를 통해 알게 된 헝가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자유롭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헝가리까지 직항이 생겨 10시간이면 간다는 사실도 어제 알게된 사실이다.
한국은 어머니와 딸과 친척, 친구들이 계시는 나의 나라이고, 남편과 몇몇의 지인들이 살고 있는 남의 나라는 얼마나 외롭고 고될까 싶어 늘 마음이 쓰였다. 무엇보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 감당할까 싶어서...
연로하신 어머님을 뵙기 위해 지난해 입국하려던 하은엄마는 코로나로 인해 티켓을 취소하고 밝은 날을 기다렸고 코로나는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다행히 백신을 접종하여 올해 그리운 한국으로 들어왔다.
6주간의 시간은 금쪽 같은 순간임을 왜 모르랴. 그래서 시간을 내어달라는 말을 하기도 미안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염치를 넘어서고 은근한 압력으로 시간을 내주기를 바랐다. ㅎㅎ
7일에 시간이 된다는 소식, 차가 있으니 주소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소식,
오히려 망설인건 나였다.
남양주의 음식점과 카페는 맛있고 멋진 곳을 알고 있지만 여기까지 오시라고 하기엔 내가 뻔뻔하고, 일산이나 고양시로 가기엔 아는 곳이 없어서 민망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질 급한 내가 꼼꼼히 장소를 탐색하고 있었는데,
사다리 권사가 '그분은 꼭 만나야 한다'며 이천에 있는 이진 상회를 약속 장소로 정한다.
숙이 권사님 또한 평소에 하은 엄마랑 블친이기에 조심스레 물었더니 흔쾌히 대답하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며칠 전 카페를 오픈한 사다리 권사는 정신없을 텐데도 달려왔으며, 2시간여의 운전이 자신 없는 숙권사님도 오로지 만나고 싶은 마음에 충주에서 이천까지 달려오셨다. 순간순간이 바쁠 하은 엄마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오셨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성집 급한 나보다 더 급한 사다리권사가 '오늘 점심과 커피는 제가 쏩니다'라고 선전포고를 한다.
나포리 가든의 이태리식 음식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데, 그래서 가격은 쎄~다.
기꺼이 대접하는 사다리 권사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은 사랑의 빚으로 남는다.
식사 후 더이진 카페에 들리니 운동장만큼 크다.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는 요즘 사회적거리두기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언니 오늘은 내가 커피까지'라는 사다리권사를 뿌리치고 라테와 아메리카노는 내가 주문했다.
블로그에서 각자의 가족과 삶의 이야기를 알기에 만남이 스스럼없다.
또한 신앙 안에서 만남이기에 대화의 공통점은 우리를 더욱 끈끈한 묶음으로 묶는 힘이 있다.
코로나에 대한 하나님의 뜻도 나누어보고, 목사님에 대한 하나님의 뜻도 나누어보고, 험담이란 이름으로 건방도 떨어보고,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남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데, 어쩌자고 나이 많은 분들의 이야기는 씹는 맛이 제대로다.
소중한 시간은 휙휙 지난다.
헝가리에서 준비해온 명이나물 장아찌, 숙권사님이 손수 만드신 마스크 목걸이, 사다리 권사가 건넨 고춧가루,
모두 소중하고 귀하다.
무엇보다 귀한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다.
한마음으로 주저 없이 달려와주신 권사님들과 이쁜 모습으로 우리에게 시간을 내준 하은 엄마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음 만날 때까지 영육이 강건하시길 기도하며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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