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을 기다렸다.
인아와 함께 캠핑을 가기 위해 1년을 기다렸고, 자연휴양림에 당첨되기 위해 서방과 같이 신청을 했다.
유명산자연휴양림 추첨신청을 하고 기다리니 일주일 후에 결과가 왔다.
미당첨 되었노라고...
일주일 후 선착순으로 예약한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손가락이 아프도록 두드리고 기다렸다.
몇천명이 되는 대기자들로 인해 거의 포기 수준이었는데 용케 2박 3일로 당첨되었다.
참고로 올여름 자연휴양림 당첨은 131대 1이란다.
인아와 캠핑을 간다고하니 지유도 따라가고 싶다며 세현이가 휴가를 정했다.
주일 오전에 두 아들이 딸을 데리고 바리바리 짐을 챙겨서 집에 도착을 했다.
유명산은 우리집에서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여서 12시가 넘어서 출발을 했는데 지체없이 도착을 했다.
이번 캠핑을 위해 타프도 구입하고 식탁도 교체하고 코펠도 바꾸고 바람막이까지 싹~ 교체했다.
좋은 시설에, 좋은 것으로 손녀들이 캠핑을 즐겁게 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가 있을거 같아서 나름 노력을 했다.
3가정이 모이니 짐이 피난민 수준이다.
두개의 데크에 텐트 2동을 설치하고 타프를 설치하는 것 까지 주현이가 도운 덕분에 쉽게 해결했다.
텐트를 설치하고 큰아들 부부는 용인 집으로 돌아갔다.
텐트를 설치할 동안 세현이가 인아와 지유를 데리고 물놀이를 시작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인아와 물놀이를 싫어하는 지유,
물놀이가 싫어도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지유는 저절로 물속으로 들어갔다는 ...
내 눈에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물고기 한마리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작은 생명체 하나로 저렇듯 기뻐하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니 천진난만이란 말이 왜 있는지 알겠다.
순수한 마음을 오래도록 지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물놀이를 하고 간식으로 컵라면과 방울토마토와 과자를 먹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할아버지가 끈으로 아이들을 하나로 묶어 물속에서 운전을 하고 아이들이 할아버지에게 물총세례를 퍼부으며 웃는 소리가 청아하다 못해 아름답다.
준비해간 고기를 굽고 각자 편안한 자세로 먹는데, 맙소사..
7월내내 비 한방울 내리지 않던 하늘에 구멍이 났는가 보다.
국지성호우가 하필 이 시간, 이곳에 쏟아지다니...
고기를 먹는둥마는둥, 아이들을 데리고 텐트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곳곳에 물이 흥건하다.
피곤한 지유는 세상모르게 잠이 들고, 빗소리와 축축한 텐트가 심란한 인아가 엄마아빠가 보고싶다며 훌쩍인다.
아무래도 지유는 아빠와 함께인데, 인아 혼자여서 마음이 좀 그런가보다.
새벽이 되니 인아 마음도 새벽처럼 맑아졌다.
오락가락하는 비를 보니 심란한건 어른들의 몫이다.
장조림, 떡갈비, 묵은지볶음과 된장찌개로 아침을 먹고 아이들과 휴양림산책을 나섰다.
유명산자연휴양림은 넓어서 사람들이 부딪히지도 않고 아이들이 놀기에도 위험하지 않아서 좋다.
물놀이가 하고 싶은 인아의 마음도 모른채 하늘은 무심하게도 비를 뿌리고 있다.
오후로 예정되었던 목공예체험실에서 인아는 독서대와 보물상자, 지유는 연필깎기통을 만들었다.
편백나무로 못과 드릴로 잇기만 하면 될 정도로 준비해둔 탓에 쉽게 만들었다.
햇볕이 나던 날씨가 다시 비를 가져오고 여기저기 텐트를 손보던 야영객들이 허둥댄다.
다 말린 텐트가 다시 흠뻑 젖어들자 서방이 두손과 두발을 동시에 들고 말았다.
"철수하자"
피난짐 같은 짐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은 아직도 비가 오락가락하고, 못내 아쉬운 인아와 내 마음도 내리는 비처럼
미련이 빗줄기에 섞인채로 주절거리기만 했다.
아쉬운 캠핑이지만 나름 즐거웠고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준 거 같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