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플란다스의 개

여디디아 2021. 7. 21. 09:48

 

아래 - 영화가 끝난 뒤 화면을 찍은 사진이다.

 

 

교보문고가 나의 문화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내 삶의 내면세계를 든든하게 구축하고 있음을 안다.

사무실 출근과 동시에 교보문고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하루를 시작하니 교보문고에서도 나의 열심을 인정해주는가 보다.

교보문고 이벤트를 잘 활용하면 치킨도 먹을 수 있고 영화 관람도 할 수 있고 공연도 볼 수 있다.

물론 그에 따른 댓가는 치루어야 한다마는..

 

교보문고에서 '빨강머리 앤" 출간 기념으로 '플란다스의 개' 공연 티켓을 4명에게 준다고 해서 신청, 당첨의 영광이 왔다.

인아와 함께 공연을 보리라 여기며 신청을 했고,  티켓가격은 3만 원씩이다.

인아에게 연락을 하고 날짜만 기다리는데, 웬쑤 같은 코로나가 델타니 뭐니 하며 4단계로 격상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은 나와 인아의 마음과는 달리 인아 부모님 걱정은 크고도 깊다.

7월 16일 세 번의 영상통화를 통해 가고 싶다는 인아의 결정은 주현이의 걱정으로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다.

 

'포기할까' 싶은 마음을 옆 친구들이 들쑤신다.

'이런 건 봐야 한다고, 티켓이 아깝지 않으냐고, 마스크 잘 착용하고 조심하면 된다고, 혼자만의 나들이도 필요하다고'

춘천에서 출발하여 용산까지 가는 itx 청춘열차를 예매하고 혼자 서울특별시로 향하는 길에는 얼마전 언니가 선물한 원피스를 입고, 세현이가 사준 에스콰이어 여름 샌들을 신고, 오랫동안 묵혔던 귀걸이를 걸었다.

조그맣고 깜찍하고 비싼 명품가방을 영숙이가 주었는데 아무래도 소나기가 내릴 수도 있고 땡볕을 걸을 수도 있으니 양산을 넣어야 하고 너무 더워서 숨이 막힐 수 있으니  손풍기도 있어야 할거 같아  평소처럼 작은 배낭을 메고 나섰다.

 

아이파크몰 6층에 위치한 팝콘D스퀘어,

요란한 쇼핑몰엔 사회적거리두기니 4단계니 남의 일이다.

복잡한 쇼핑몰을 두리번거리며 팝콘D스퀘어를 찾아가니 아이들의 천국이다.

각종 게임기구와 체험활동과 볼거리와 먹거리가 즐비해서 촌년인 내 눈엔 별천지이다.

인아와 같이 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플란다스의 개'

만화영화와 그림과 클래식이 함께하는 공연이다.

클래식 큐레이터 조숙현 선생님이 나오셔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니 이해가 된다.

 

벨기에 플란다스 동네의 네로라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네로는 가난하여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할아버지와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림에 대한 간절함은 네로를 소망 가운데 살게 한다.

네로가 살았을(?) 시대의 음악과 그림이 자세하게 설명된다.

당시에 유행하던 바로크 음악과 그림으로는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들의 이야기,

루벤스와 함께 활동하던 화가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그때 발표된 클래식이 소개되며 

피아노, 플루트, 첼로, 바이올린 네 명의 연주자가 무대에서 연주를 함으로 음악에 대해, 그림에 대해 쉽게 설명이 되었다. 

 

네로 할아버지가 숨을 거두는 순간, 할아버지 대신 생선을 팔아 연명하던 네로가 그날 번 돈으로 가장 좋은 고기를 사서

할아버지에게 먹여드리는 모습과 그 음식을 다 드시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모습에서는 '생명의 양식'(교회에서 여러 번 들은 곡이라 익숙하다)이 연주되고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줄줄이 흐른다.

동화를 보고 들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나를 보고 스스로 놀랐다. 

어려운 클래식이 연주되었는데 '생명의 양식'과 '천부여 의지 없어서'라는 곡은 익숙해서 반갑다.

 

큐레이터 선생님 말씀처럼 지금도 우리 주변에 네로처럼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있다.

몰라서, 알면서도 모른 척,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마음은 아닐까?

짧은 동화이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귀한 시간이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을 보며 함께하지 못한 인아와의 시간이 너무 아쉽다.

그림을 좋아하는 인아에겐 정말 좋은 시간인데...

공연장에서 판매하는 컬러링북 한 권을 사서 인아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다음 기회에는 인아와 함께였으면 좋겠고 이런 공연이 가까운 곳에서도 관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

 

'플란다스의 개'  영화는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벨기에 사람들은 시큰둥하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처럼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잃어가고 있는, 어쩌면 어린아이들 조차 그 마음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멋진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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